글쓰기 근육

2022. 9. 6. 03:50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2.09.05 월요일 저녁 베를린

 

 

 

어제는 글쓰기 모임 마감날이었다. 이번 주에는 내가 단어를 하나 선택해서 썼다. 나는 '순례길'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스페인 순례길과 베를린 순례길에 대해 썼다. 힘을 좀 풀고 썼다. 너무 꼼꼼하지 않게(나는 한 꼼꼼한다), 너무 다듬지 않고 썼다. 마지막 문단에 전체 글을 정리할 문장을 더 쓰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그냥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쓰고 마감을 지켰다.

 

글쓰기 모임 2기를 시작하며 나는 약-강-약-강 템포로 글을 쓰기로 했다. 잘 지켜지고 있다. 첫 번째 마감 때는 가볍게 글을 썼고, 지난번 마감 때는 시간을 많이 들여 글을 썼고, 이번 마감 때는 비교적 시간을 덜 들인 글을 썼다. 힘을 조절하며 쓰니 글쓰기에 부담이 덜하다. 

 

순례길에 대한 글은 블로그에도 몇 번 썼다. 글쓰기 모임에 쓴 글에는 내가 어떤 실패를 하여 순례길을 걸었는지 구체적으로 썼다. 베를린 순례길을 걸으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실패라 생각했던 모든 일을 떠올렸었는데, 그것이 어떤 실패였는지 이번 글에 구체적으로 적었다. 베를린 순례길을 걸은 지 2년이 지나서인지 그때 떠올린 실패가 몇 가지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 실패했던 기억도 희미해졌다. 현재 내가 하는 고민이나 걱정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겠구나. 

 

글쓰기 근육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5월-7월 두 달 동안 열린 글쓰기 모임 1기에서 매주 글을 썼고, 8월부터 시작한 글쓰기 모임 2기에서도 매주 글을 쓰고 있다. 일기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매주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귀찮고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래도 쓴다. 그냥 쓴다. 산책을 나가는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는 것처럼 그냥 쓴다. 이렇게 쓰다 보면 정말로 습관처럼 글이 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쓰기 근육이 생기는 날을 기대해본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작은 글쓰기 근육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 어떤 글을 읽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고, 어떤 글을 읽으며 무지개 보면서 미소 지었던 순간을 떠올리고, 어떤 글을 읽으며 베를린에서 보낸 지난 날들을 떠올린다. 

 

이번 주에는 '습관'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감사한 일 3가지를 떠올린다.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어 시작한 습관인데, 요즘에는 감사한 일 9가지 정도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일어나서 자꾸 다시 잠들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침대에 있고 싶어서 감사한 일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좋은 생활 습관(다시 잠들기) 덕분에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바람직하다. 이 감사하기 습관에 대해 글을 써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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