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켤 때

2021. 8. 31. 21:26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8월의 마지막 날 화요일 밤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내방



1. 타고나길 외향적인 사람이지만

 

1.1 환경의 영향


나는 타고나길 외향적인 사람이다. 삼 남매 둘째로 태어나 외향적인 성격을 생존기술로 익혔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하자고 말했다. 학교 수업에서 발표하며 쑥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다. 무엇이든 해보는 적극적인 아이였다. 적극성 덕분에 20대까지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20대 중반 독일에 온 후로 나는 내향적인 성격을 생존기술로 익혔다. 학부를 공부한 도시인 괴팅엔(Göttingen)은 북독일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북독일 사람들은 남부 독일 사람들보다 내향적이다. 첫 학기는 겨울이었다. 독일 사람들은 춥고 어두운 겨울에 더욱 내향적이 된다. 외국인이 거의 없었던 전공 수업에서 나는 그들처럼 내향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조용하고 내향적이며 수줍은 독일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는 나의 내향적인 성격이 좋다. 타고나길 내향적인 사람은 아니라 가끔 외향적인 성격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어느 날은 친구가 기타 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흥겨워서 나도 노래를 부르며 가사를 썼다. 내 안에는 외향적이고 흥이 많은 본래의 나도 존재한다. 가끔 이런 나의 모습이 발견할 때 반갑다.



 

1.2 학문의 영향

 

내향적 성향을 갖게 된 데에는 내가 공부하는 학문인 사회학과 음악학의 영향도 컸다. 가장 드라마틱하게 나의 내향적 성향을 느끼게 된 때는 소논문을 쓰던 시기였다. 시험과 소논문은 다른 방식의 공부법을 요한다. 친구들과 모여 시험 공부를 하는 학기 말에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 모르는 것을 묻고 답하며 공부했다. 시험 기간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면서 소논문을 쓰는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었다. 도서관에서 참고문헌을 읽고 소논문을 썼다. 읽고 이해하는 기쁨과 소논문의 대주제·소주제 퍼즐을 마추어가는 희열을 맛보던 시기였다.

시험 공부를 할 때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친구를 만나 밥을 먹으며 대화했다. 소논문을 쓰는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친구를 만나도 괜찮았다. 소논문과 논문을 쓰며 나는 에너지를 바깥에서 찾기보다 내 안에서 찾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소중한 친구들만 만나며 그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2.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켤 때


나는 종종 내향적 성격의 스위치를 켠다. 상황에 따라 내향적 사람이 된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스위치를 켠다.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켜면 대화 중간의 공백이 어색하지 않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할지 모를 때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떠올려보고 그중에 가장 쉬워 보이는 질문을 상대에게 건넨다. 처음 만나는 거의 대부분의 독일 사람에게 나는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켠다.

내향적인 한국 사람과 대화할 때도 나는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켠다. 상대의 성격을 잘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내향적인 성격이세요?'라고 먼저 물어보고 천천히 다가간다. 상대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도 바로 묻지 않고 기다린다. 대화를 조금 아쉬운 선에서 마무리한다.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켜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가족이 그렇다. 가족과 있을 때면 나는 말이 많아진다. 본래의 나로 돌아간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내향적인 상대의 속도의 맞추어 천천히 다가갔지만 나의 본래의 모습을 숨기기는 어렵더라. 운이 좋게도 나는 그동안 나의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켜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났다.

내향적 성격 스위치를 켜는 법을 배운 후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내향적인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반짝이는 보석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원석이다. 남자든 여자든 나는 내향적인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원석을 찾아본다. 느리게 알아가면서 그들의 반짝이는 원석을 발견한다.

내향적인 성격 스위치를 켜는 법을 배운 후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혼자 산책하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글을 쓰는 시간이 좋다. 혼자 있으며 나를 알아간다. 그렇게 알게 된 나를 누군가와 대화하며 더 깊이 알게 된다. 친구는 나의 거울과 같아서 그(녀)와 이야기하다보면 결국에는 나를 발견한다.

외향적 성격은 타고나서인지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그곳에 있다. 내향적인 성격은 발달시킬수록 내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현재 나는 '내향적 성격 초보'라 생각한다. 나는 나의 내향적인 성격을 더욱 발달시켜볼 생각이다.




소나무 숲길









'아주 보통의 행복' 낭독을 들으며 글을 쓰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후 <아주 보통의 행복>을 전자책(밀리)으로 다 읽었다. 낭독 영상을 보며 초록색 책 페이지가 예뻐서 종이책으로 사고 싶었다. 하지만 종이책을 사서 읽고 싶은 욕구보다 책 내용이 궁금한 욕구가 더 커서 전자책으로 읽었다. 단숨에 다 읽었다. 신나게 밑줄도 긋고 나의 생각도 메모하며. 지금 나에게 꼭 맞는 책이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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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연구센터 학회 발표 - ‘행복'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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