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초보 - 고등학교 친구들, 예술하는 기쁨, 찢고 찢고 찢기

2021. 8. 25. 22:42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8월 25일 수요일

풀벌레 우는 저녁, 내방 선풍기 앞

 

 

 

발레와 고등학교 친구들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은 발레 수업에 가는 날이다. 두 번째 수업인 오늘 나는 첫 번째 수업보다 덜 어리바리했다. 몸을 쓰는 예술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었구나 깨달았다.

 

발레 수업을 받으며 문득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났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옆반 무용반 친구들. 올림머리를 하던 무용반 친구들은 참 예뻤다. 키도 컸고 걸음걸이도 남달랐다. 무용부 연습실을 지나갈 때면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고등학교 때 나는 새벽 일찍 학교에 가서 악기 연습을 했다. 새벽 6시에 학교에 도착해 두 시간 연습하고 8시에 시작하는 0교시 수업에 갔다. 무용부 친구들도 일찍 와서 연습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오늘 내가 발레 수업에서 배웠던 발동작, 손동작을 하며 몸을 풀었겠지? 내가 새벽 연습을 하며 손 풀던 시간에 발레 전공 친구들은 이렇게 몸을 풀었겠구나. 내가 손가락 연습, 활 연습, 스케일 연습하던 것처럼. 

 

예술고등학교에는 미술반 두 반, 무용반 한 반, 음악반  세 반이 있었다. 아쉽게도 다른 전공 친구들이랑은 만날 일이 별로 없었지만 3년 동안 학교를 같이 다녔으니 얼굴을 아는 무용반 친구들은 몇 있었다. 학년 회의 때 만나기도 했고. 

 

무용부 친구들을 생각하면 수학여행 장기자랑이 떠오른다. 어찌나 춤을 잘 추던지! 놀라웠다. 몸으로 나타내는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니까. 우리 모두 치열하게 3년을 보냈다. 

 

 

 

 

 

 

예술하는 기쁨

 

발레 2일 차인 나는 굉장히 서투르다. 발레 수업을 받으며 거울에 비친 나의 발짓, 손짓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서툴 수 있어 좋다. 무엇인가에 도전했다는 의미니까. 

 

발레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언젠가 꼭 하고 싶다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진짜 시작하게 될 줄 몰랐다. 발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하는 기쁨이 아닌가 싶다. 나의 몸으로. 거울을 보며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악기를 처음 시작할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선생님이 연주하시는 걸 보고 서툴게 따라 하는 나의 모습이. 

 

나는 다행히 무엇인가 보고 잘 따라 하는 편이다. 악기 배울 때도 그랬고 외국어 배울 때도 그랬다. 내가 직접 악보와 책을 읽는 것보다 누군가 내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독일어를 말하면 나는 더 잘 따라 했다. 발레도 비슷하더라. 선생님이 말로 설명해주시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훨씬 좋다. 발레 선생님은 나를 위해 더 자주 발레 동작을 보여주신다.

 

 

 

 

 

 

찢고 찢고 찢기

발레도 악기도 예술이다 보니, 몸이 편한 자세보다 몸이 불편한 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름다운 동작과 아름다운 선율을 위해 다리를 찢고 손가락을 찢는다. 발레 수업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다리를 찢고 부들부들 거리는 나를 보니 악기 할 때가 떠올랐다. 손가락이 짧았던 나는 손가락 사이사이를 찢는 연습을 했다. 매일 손가락을 찢으니 손가락이 꽤 늘어났다. 내 다리도 손가락처럼 늘어나겠지?

 

첫 발레 수업을 받고 발레 선생님이 말하셨다.

 

"내일 몸이 많이 당길 거예요. 오늘 저녁에 샤워할 때 종아리 근육을 잘 풀어주세요. 잠들기 전 다리를 위로 올리고 있으면 부기가 빠질 거예요."

 

발레 수업 24시간 후부터 몸이 심상치 않았다. 다리를 뒤로 올리는 동작(발차기와 비슷)을 하며 허리 근육을 써서 그런지 허리가 당겼다. 배도 당겼다. 다리와 팔도 당겼다. 온몸이 다 당겼라. 일찍 잠들었다. 

 

 

 

 

나는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노래는 악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내 몸이 악기가 되는 놀라움이랄까? 무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몸이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고 예술이 된다. 아직 서툰 예술이지만 서툰 과정도 즐겁다. 2년 전 시작한 요가가 나의 루틴이 되었듯 발레도 오래오래 나와 함께 해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이야기:

수업 마지막에 통통 뛰는 동작이 있었다. 오른쪽 발을 앞으로, 왼쪽 발을 앞으로 바꿔가며 뛴다. 몸을 최대한 높이 올린다. 이 동작 너무 재미있더라 :) 발레는 정적인 동작이 많은데 이 동작을 하며 온 힘을 다해 뛰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킥복싱과 발레를 두고 고민했었다. 킥복싱할 때 통쾌함을 발레 뛰는 동작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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