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2일 우리 집
무더위에 냉방병이라니!
한국에 와서 더위 때문에 고생할 줄 알았더니 에어컨 때문에 고생이다. 독일에서는 일 년에 아주 더운 날이 며칠 되지 않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는다. 한국은 여름이 덥고 습해 에어컨을 많이 튼다. 내 몸이 에어컨 바람을 힘들어한다.
한 달 전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온 날이었다. 그날 밤 몸에 열이 나서 따뜻한 물을 계속 마셨다. 그 이후로 어디에 가든 긴팔을 가지고 다닌다. 카페, 식당, 고속버스 등.
어제는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는 날이었다. 아침 9시에 성당 교육관에 모였다. 에어컨이 빵빵한 공간이었다. 견진 때 입을 정장 옷을 신경 쓰느라 따뜻한 옷을 챙겨 오지 못했다. 10시 반에 미사가 시작되었고 12시까지 추운 성당에 있었다. 점심으로 간 식당도 조금 추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햇볕이 뜨거웠다. 에어컨이 있던 실내와 무더위가 막 시작된 실외 온도차가 너무 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왔다.
여기까지가 내가 분석한 내용이다. '오늘 왜 감기 몸살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냉방병 때문이더라.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 아프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한 달 전 삐끗한 발목도 아프다. 몸이 예민해졌다. 독일어 hellhörig 표현이 떠오른다. 직역하지만 몸의 소리가 밝게 들린다는 의미다. 평소에 잘 몰랐던 몸 구석구석 소리가 들리듯 통증이 느껴진다.
죽을병이 아니니 괜찮다. 며칠 지나면 나을 테니까.
냉방병에 걸리니 시간이 느리게 간다. 일단 잠을 자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어묵탕을 먹었다. 티라미수 맛 칙촉도 먹었다. 무엇인가 할 힘이 없어 책을 봤다. 오늘 같이 기분이 시무룩해지는 냉방병이 걸린 날에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이 필요하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 챙김의 시>를 열어보았다.
'일상 Alltag > 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편지 :: 이창복 -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 (0) | 2021.11.21 |
---|---|
법정, 일기일회 - 자기로부터의 자유 (0) | 2021.08.17 |
Hermann Hesse - Wer lieben kann, ist glücklich (0) | 2021.06.25 |
독서노트 - 경주, 걷기와 말들 (김제우, 김지연, 신지호) (0) | 2021.06.24 |
독서노트 - 이근후,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2) (0) | 2021.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