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일기일회 - 자기로부터의 자유

2021. 8. 17. 11:20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21년 8월 17일 화요일 오전11시

 

 

독서노트

자기로부터의 자유

 

 

절만이 아닙니다. 새집으로 이사 가든 새로운 직장을 마련하든 혹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든 한 생각 일으키는 데서 시작됩니다. 한 생각 일으키지 않으면 일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한 마음을 어떻게 내는가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밝게 내면 밝은 쪽으로 가고, 어둡게 내면 어두운 쪽으로 갑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순간순간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들 각자의 구체적인 삶입니다. (317)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매순간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숨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마음을 맑히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 한순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한순간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입니다. 

 

불교 수행법 중에 관법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위와 생각을 낱낱이 관찰하는 정진입니다. 달마 스님의 <관심론>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마음을 살피는 이 한 가지 일이 모든 행위를 조절한다."

여기에서 모든 행위란 우리의 업을 의미합니다.

또 <법구경>에는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물 대는 사람은 물을 끌어들이고

활 만드는 사람은 화살을 곧게 한다.

목수는 재목을 다듬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다룬다.

 

종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을 살피는 사람입니다. [...] 진정한 신앙의 세계는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하느님을 의지했든 부처님을 의지했든 혹은 예연자를 의지했든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317-318)

 


 

명상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안으로 살피지 않는 종교는 맹신에 빠지기 쉽습니다. 광신자가 바로 그들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는 어떤 선각자의 명상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명상을 하지 않고 종교를 접하려는 것은 마치 뿌리를 잊어버리고 가지를 붙드는 일과 같습니다.

 

수십 년 절에 다니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고, 낱낱이 살피고 분석하고 되돌아보려면 깊은 주의력과 인내력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입으로는 염불을 외면서 마음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중은 다르게 말하면 커다란 침묵의 세계입니다. 그 안에 시간과 공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바닷속 같은 깊은 침묵입니다. 그곳에는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성스럽고 영원한 것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설령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깨달음을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깨달음은 이미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열매에 씨엇이 들어 있듯이 우리들 심성 한가운데 깨달음의 빛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

 

커다란 침묵과 하나 될 때 내가 사라집니다. 무아의 경지에 듭니다. 어딘가에 순수하게 집중하고 몰입할 때 나라는 존재가 사라집니다. (319)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일입니다. (320)

 

인간에게는 누구나 삶의 과제들이 주어져 있습니다. [...] 어떤 어려움이 다가올 때 회피하지 말고 맞딱뜨려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존재에 깊은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왜 나에게 이런 문제가 닥쳤는가?" 그것을 화두 삼아야 합니다. 자기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불교는 물론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우리가 불교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배우는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온갖 집착에서, 작은 명예에서, 사소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자기를 텅 비울 때 모든 것이 비로소 하나가 되며, 자기를 텅 비울 때 그 어떤 것에도 대립되지 않는 자유로운 자기 자신이 드러납니다. 이를 불교적인 표현으로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합니다. 즉, 텅 비울 때 오묘한 존재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320-321)

 

기억하십시오.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기 자신이 부처가 되는 길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자기실현의 길이고, 형성의 길입니다. 부처는 단지 먼저 이루어진 인격일 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 온전한 인간에 이르는 길입니다. 

 

불교는 이와 같이 자기 탐구의 종교입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하며, 자기 탐구의 길에서 수많은 자기를 만나게 됩니다. 타인과 세상의 존재를 자기로부터 인식하게 됩니다. 초기 불교에서 자기 자신을 강조한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라는 뜻에서입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해 타인과 세상에 도달하라는 것입니다. (321)

 


 

<원각경圓覺經>은 설합니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법계가 청청해진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가 완전히 해체되어 산산이 흩어져 버립니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시간, 좌선이나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하루 한 시간이라도 홀로 조용히 앉아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

 

그리고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웃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은혜를 입고 있습니까? 그런 이치를 깨닫고 적어도 자기가 건강할 때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자신이 진 빚을 갚는 시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번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어기지 말아야 됩니다. 하나하나 약속을 지켜 나감으로써 자신에 대한 믿음이 싹트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삶의 질이 향상됩니다.

 

<법구경>에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일깨우라.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라.

자신을 일깨우고 되돌아보면

그대는 마침내 안락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입니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기울이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321-323)

 


 

<숫타니파타>의 '성인의 장'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려 가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이 되라. 

 

자기 확신을 가지고 어디에도 거리낌 없이 살라는 교훈입니다. (323-32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