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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 경주, 걷기와 말들 (김제우, 김지연, 신지호)

by 통로- 2021. 6. 24.

2021년 6월 24일 목요일 오후 단소집 거실 서재

경주, 걷기와 말들 (김제우, 김지연, 신지호)


계기: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빌려준 책이다. 친구와 나는 좋아하는 책이 비슷하다. 어느날 친구가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이 났다며 연락을 해왔다. 친구는 이 책을 읽고 경주를 걸었다. 나에게 경주 양동마을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정말로 멋지더라.

책을 읽으며 공감가는 내용이 너무나 많았다. 너무나 많아서 일단 독서노트부터 작성하기로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기록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독서노트를 못 쓸 것 같기에.

친구의 밑줄과 나의 밑줄이 같을 때 반갑더라. 함께 책을 읽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독서노트


그중에서 내가 가장 깊이 동의한 미덕은 걷기가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르 보르통은 <느리게 걷는 즐거움>에서 그 사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걷기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여명, 석양, 어둠, 땅, 돌, 언덕, 산, 물, 비, 바람 등 걷기는 우리를 앞지르고 우리를 감탄하게 하거나 근심하게 하는 세상에 잠긴 우리의 본질적인 인간성을 상기시킨다."
(8쪽)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면 누구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어 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13쪽. 나의 메모: Stimmt! In Deutschland habe ich mir auch die Frage gestellt.)







"책이란 건 사실 별게 아니다. 작은 메모와 기록들이 모이면 책이 된다. 일단 책으로 만들어지고 나면 그런 작은 삶의 부스러기 같은 단편들도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마법과도 같이···. 뭐든 적고 그려서 남긴다는 것. 그걸 한게 묶어 책으로 만든다는 것. 참 아름답고 신기한 경험이다. 누구나 즐겁게 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만든 책을 한 권씩 가지고 있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우일, 퐅랜)

책이란 건 사실 별것이 아니고 참 아름답고 신기한 경험이라는 이우일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마법과도 같이 내 작은 삶의 부스러기 같은 단편들이 모여 의미를 찾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16쪽. 나의 메모: 작은 메모와 기록이라. 나도 음성편지, 메모를 모아 책을 만들어볼까?)







또 한 사람 나를 지지해 준 이는 박제가였다. [...] 벗과 노님에 진실로 진실로 성쇠가 있고 각각 한때뿐이라는 박제가의 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한때뿐이었던 마흔 살 나의 노닒을, 그리고 그 노닒이 나름 성대하였음을 나도 기록으로 남겨 보이고 싶어졌다. 이렇게 나는 이우일과 박제가의 말을 붙잡고 나름 성대했던 나의 마흔 백수 시절의 노닒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고미숙의 말대로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백수가 된 내가 자신에게 근원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16-17쪽. 나의 메모: 나의 노닒도 나름 성대하였음을! 나의 삶의 방향을 찾는 여정 in DE 도 나름 성대하였다. 즐거운 여정이었다. 그 여정은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소설가 장석경은 <이 고도를 사랑한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쟁적으로 생활하고 작업하는 도시인들의 눈에는 나의 산책이 나태한 객기 쯤으로 비칠 텐데, 루소 식으로 표현하면 '걷기'는 가연 안에 존재하는 방법, 사회 밖에 존재하는 방법이다. 과연 혼자 걷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는 동시에 주변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 경주라는 환경이 나를 만 보 객으로 만들고, 나는 산책으로 탈현실의 시간을 기꺼이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17쪽. 나의 메모: 자연 안에 존재하는 법을 루소는 산책이라 말했다. 내가 듣는 유트브에 남긴 이야기와 비슷하다. 산책을 하면 평소에는 못 보던 것이 보인다.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한 내 자신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