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6일 금요일 오후 5시
이번 주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학기보다 영어 말하기가 조금 늘었다. 수업에서 자기소개할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왔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으로 학사 논문을 썼으며 어떤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했다. 수업 주제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소개했다.
수업을 긴장하고 들어서인지 이번주에는 저녁 9시부터 잠이 왔다. 덕분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새로운 페이퍼(소논문)를 시작했다. 지난 학기 수업인데 코로나 덕분에 제출 기한이 연장되었다. 수업 때 배운 사회학자 세 명의 이론을 쓰는 페이퍼다. 가장 익숙한 막스 베버Max Weber부터 시작했다.
나는 막스 베버 <자본주의 정신과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책을 독일어로 읽고 소논문을 쓴 경험이 있어서, 영어로도 베버의 이론을 쉽게 이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막스 베버 이론을 영어로 읽으니 또 새롭다.
아... 내가 베버 이론을 독일어로 이해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
복잡하고 친절하지 않은 베버 언어를 영어로 읽으니 뇌가 힘들단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소리내어 읽어봤다. 나는 소리 내어 읽으면 이해가 더 잘 된다.
괜찮다. 나는 완벽한 페이퍼를 내려는 게 아니다. 구색만 맞추어 통과할 페이퍼를 내는 거다. 괜찮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주문을 외우는 중...)
오늘 오랜만에 온라인 스터디 그룹 친구들이랑 만나 공부했다. 나는 2주 전인 2021년 3월 31일에 교육사회학 페이퍼를 내고 휴가를 썼다. 누가 준 휴가는 아니고 내가 나에게 쉬라고 휴가를 줬다. 지난 주말 휴가가 끝났다. 이번 주엔 매일 수업을 들어서 온라인 스터디 그룹에 가지 못했다. 거의 3주 만에 보는 얼굴이라 매우 반가웠다. 친구들 덕분에 금요일 오후 공부도 잘 마쳤다.
지난 학기는 영어로 듣는 첫 학기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정신이 없지만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겼다. 지난 학기에 시험도 통과하고 소논문도 제출해서인지 이번 학기에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재미가 크다. 이번 학기 수업은 지난 학기처럼 매우 흥미롭다. 석사 논문에 인용할 참고문헌도 수업에서 많이 읽는다.
석사 수업을 듣다가 문득 여유로워진 나를 발견했다. 학사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참 어려웠었는데. 석사는 모르는 게 있어도 '어떻게든 되겠지' 배짱이 생겼다. 학사 때 '어떻게든 되었던' 경험이 있어서다.
함께 공부할 친구가 있고 모르는 것을 여쭈어볼 교수님이 계시다. 공부 끝나면 온라인에서 만나 놀 친구들이 있고, 방을 나가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친구들이 있다. 하루에 한 번 온라인에서 만나 플랭크와 복근운동을 하는 친구가 있다. 좋아하는 책을 알려주고 함께 읽는 친구도 있다. 서로의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친구가 있다. 고민이 생길 때 조언을 구할 부모님이 계시고, 외국인으로서 사는 게 팍팍할 때 전화할 고모님이 계시다. 행복한 삶이다.
오늘 하늘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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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내가 남긴 댓글
https://brunch.co.kr/@daljasee/395
나의 댓글: 저도 글을 쓰며 글 친구가 생겼고, 최근에는 좋은 책을 서로 추천해주고 읽는 책 친구도 생겼어요. 친구가 추천해준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이 생겨서 부모님과 책 주제에 대해 대화해보기도 했답니다. 아버지도 이미 알고 계시던 책이더라고요. 부모님과 대화하며 제가 몰랐던 부모님 삶의 단면과 시대적 상황도 이해하게 되었어요. 책 친구와 글 친구는 참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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