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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궤도 - 부족해도 괜찮아

by 통로- 2021. 3. 30.

2021년 3월 29일 월요일 밤 

 

 

 

 

학문의 궤도 -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

2021년 3월 29일 월요일 새벽 베를린 듣는 블로그 여러 학문의 궤도를 지나는 친구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경제·경영을 전공하는 친구 두 명과 어젯밤 늦은 시각까지 질적 연구의 필요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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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속이 좀 상했다. 내 지식이 부족해서 친구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제 토론 같은 대화가 끝나고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 일어나 어제를 반추하며 글을 쓴 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질적 연구를 너무나 미흡하게 설명한 것 같았다. 

 

어젯밤 '사회과학은 과학인가?' 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친구 두 명은 그동안 가져온 질적 연구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질적 연구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그 역할을 맡으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사회과학에서 질적 연구가 꼭 필요한 연구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논문을 쓰며 읽었던 참고 문헌을 떠올리며 친구들의 질문에 답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나는 통계학을 연구 방법으로 택했다. 질적 연구는 방법론 수업에서 배운 것과 참고 문헌에서 읽은 내용이 전부였다. 통계를 연구 방법을 쓰는 경제·경영 대학원생 친구 두 명이 나에게 질적 연구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충분히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내 지식이 부족했다. 

 

그게 속상했나 보다. 내가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욕심이었다. 내가 어떻게 질적 연구를 배우지 않은 통계학자에게 질적 연구의 필요성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원 새내기인 내가 연구 방법론을 깊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사회학 전공자에게는 질적 연구의 기본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질적 연구의 A를 말하면, 상대는 A를 알아듣고 B를 덧붙인다. 나는 그런 대화법에 익숙했다. 하지만 어제 나와 대화했던 친구들은 내가 A를 말하면 A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A를 양적 연구 방법만 배운 사람에게 설명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친구들에게 나의 학문적 부족함을 보여주어서 속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욕심이었다. 내 연구 방법이 아닌 질적 연구까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학 전공생으로서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질적 연구 방법을 경제·경영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싶었나 보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친구들과 대화를 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아는 것도 친구들과 대화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을까? 나는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석사를 갓 시작한 대학원생이다. 이제 조금 사회학과 사회과학을 이해한다. 외국어(독일어)로 새로운 학문을 배워 나의 ‘학문적 건축물'에는 빈틈이 많다. 그 빈틈을 메우려 혼자서 한국어-독일어, 영어-독일어로 공부했지만 아직도 빈틈이 많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내가 부족한 것은 내가 가장 잘 안다. 부족해도 괜찮다. 스스로가 부족한 걸 모르는 것보다 부족하다는 걸 아는 게 더 낫다. 부족하면 채우면 된다. 통계학자에게 질적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법을 익히면 된다. 다음번에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아우슈비츠 여성 오케스트라> 소논문을 쓰며 배우고 느꼈던 질적 연구의 필요성을 말해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