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모인 800편의 글

2021. 3. 12. 06:2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밤 베를린

 

오늘 블로그에 들어오다 800이라는 숫자를 발견했다. 뭐? 내가 글을 800편이나 썼단 말이야? 

 

 

 

 

놀라웠다.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만든 블로그. 삶의 여정을 기록한 공간. 모든 순간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삶의 조각 조각을 정성스레 남겼다. 친구 도도가 말했다. 내가 블로그를 꾸준히 쓰는 게 참 좋아 보인다고. 나는 내가 블로그를 '꾸준히' 한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저 기록하고 싶은 순간 글을 썼을 뿐이었다. 좋아서 쓴 글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좋아하며 해온 일은 드물다. 블로그가 나에게 선물한 것을 떠올려본다.

 

1. 글 쓰는 즐거움 

 

2. 인연 - 블로그를 통해 여러 인연을 만났다. 현실 세계에서 만난 사람이 우연히 나의 블로그를 글을 읽고 나와 더 친해진 일도 있었다. 블로그로 만난 친구와 일상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한다.

 

3. 사진과 영상 - 2009년 반려동물의 사진을 기록할 용도로 다음(Daum) 블로그를 만들었다. 반려동물 사진을 찍으며 사진 찍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담았던 카메라로 이제는 나의 일상과 함께 사는 사람들, 도보여행을 담는다. 작년부터는 일상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4. 확장판 괴팅엔 블로그 - 개인 블로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괴팅엔 블로그를 만들었다.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만든 블로그에서 신나게 놀았다(글을 썼다). 개인의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는 달랐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나는 엉뚱하고 유쾌했다. 우리는 온라인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블로그에  담겨있다.

 

5. 나를 알게 되어가는 여정 - 글을 쓰며 나를 알게 된다. 나의 기쁨, 슬픔, 성장, 좌절, 행복, 속상함을 기록하며. 삶의 여정,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블로그에 있다.

 

6. 가족 - 괴팅엔에서 만난 괴팅엔 가족을 시작으로 한국 가족, 독일 고모님 등 사랑하는 가족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족 이야기를 쓰며 감사한 마음이 자주 들었다. 가족 기록은 2021년 어버이날을 맞아 작은 문집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7. 성장, 방향 - 블로그에는 내가 가고 싶은 길과 삶의 방향이 담겨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독일에서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 석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등. 일하고 싶은 분야, 살고 싶은 모습, 삶의 의미와 가치가 블로그에 담겨있다.

 

8. 요리 - 간단 요리! 집에서 해 먹는 간단한 요리가 모여 콘텐츠가 되었다. 매끼 먹는 음식을 필요 이상의 고퀄리티 사진에 담았다. 이렇게 모인 사진들을 보며 오늘 뭘 먹지 고민한다.

 

9. 유입 검색어를 통해 새로운 글 읽기

 

10. 웹디자인, HTML, CSS 등 블로그 스킨을 수정하며 익힌 기술

 

11. 샘터 잡지 투고, 채택, 원고료 - 블로그 글로 샘터 잡지에 투고를 했고 채택되어 원고료를 받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글을 통해 벌어본 돈이다. 아기 작가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나는 책 출판을 꿈꾸고 있고 그것은 충분히 현실성 있는 계획이다. 

 

이 밖에 생각나지 않는 수많은 블로그의 순기능이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여타 포털 사이트 블로그와 달리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표류하거나 항해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숨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다. 나는 앞으로도 오래 블로그와 함께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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