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5일 금요일 밤 베를린
매일 아침 법정 스님 <일기일회>를 읽은 지 5개월이 되었다. 일상 속에서 이 순간이 단 한 번의 기회이고 이 인연이 다 한 번의 인연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 하고 있는 일, 먹고 있는 음식, 만나는 사람 모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다.
단 한 번뿐인 인연이라는 걸 알고 나니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 부엌에서 만나는 하우스메이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클럽하우스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에게 상냥하게 말을 한다. 부모님과 통화하며 부모님의 사소한 일상에 호기심을 갖고 여쭈어본다.
나는 지금 클럽하우스에서 DJ 민지의 음악을 듣고 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대학원생 방에서 본 친구를 순례길 방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가 놀고 있던 방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목소리로만 소통하는 클럽하우스 앱에서 친구를 만들게 되다니! 나도 잘 믿기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한다. 장난도 치고 깔깔 웃기도 한다. 재미있었던 유머는 기록도 해둔다. 예쁜 반말을 쓰는 덕분에 나이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되었다.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하나둘씩 잠이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마치 대학 새내기 때 첫 미팅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람들 같다. 미팅을 처음해보아 서툴어 나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대신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친구가 된 사람들. 나는 그렇게 만난 친구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친구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앱을 시작했다. 꾸밈 없는 모습으로 서로를 만났고 우정을 쌓아갔다. 아직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 한 친구들. 소중한 인연이다. 우리 모두 오늘 잘 자고 내일 즐거운 하루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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