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 좋아하면 말해줘. 나는 확실히 알고 시작하는 게 좋아."
나는 썸을 타고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이 아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매일 연락을 하고, 함께 산책을 하고 시시콜콜 이야기도 나누는데 우리 사이에 대해 그 누구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하자마자 그 아이는 답했다.
"좋아해."
나는 '아니, 무슨 말을 이렇게 바로 하나?' 생각했다. 그리고는 나도 답했다.
"나도 좋아해."
폴킴 <너를 만나>를 들으며 떠오른 기억이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엔 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엔 가족, 함께 사는 사람들,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단다. 나도 그렇다. 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족에 관한 글도 쓰게 되었다.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이 부모님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가족 다음으로 쓰는 사람은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과 가까운 친구다. 오늘은 나와 가까웠던 친구 이야기를 써보았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이별을 하고 가슴이 아팠다. 그와 함께 갔던 곳곳에서 그가 떠올라 슬펐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추억은 없어지는 게 아니야. 항상 함께 하는 거야.'
사진처럼 기억나는 장면은 사진첩에 넣는 상상을 했고, 영상처럼 스쳐가는 기억은 영상집에 넣는 상상을 했다. 그때 넣어둔 기억을 글로 풀어볼 때가 온 것 같다. 사진첩과 영상집에 넣어 둔 기억을 글로 쓸 만큼 내가 괜찮아졌나 보다. 그가 내 삶에 와서 고마운 마음만 남아있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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