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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과 새로운 학문 Uni/외국인 학생 생존기 Studieren

"나는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서도 있는 거니까요."

by 통로- 2020. 9. 29.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나는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서도 있는 거니까요. "

 

 

 

아침 10시 교수님과의 온라인 면담이 있었다. 소논문 제출에 대한 면담이었다. 소논문 제출 기한은 9월 15일이었고 나는 이미 15일을 연장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소논문을 끝내지 못했고 오늘 그 말씀을 드리기 위해 교수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평소에는 면담 가기 전 준비를 한다. 교수님 앞에서는 독일어가 꼬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보고 앞 뒤로 감사의 인사도 덧붙인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와 '면담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면담 10분 전까지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한숨만 푹푹 쉬었다.

 

면담이 시작되었다. 소논문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팩트를 먼저 말씀드렸다. 쓰라린 팩트를 먼저 말하기 쉽지 않았다. 아마 한국 교수님 면담이었다면 나의 사정을 먼저 설명하고 가장 마지막에 소논문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나에게도 더 편하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해야할 말을 먼저 이야기한다. 교수님께 팩트를 말한 다음 소논문을 끝내지 못한 이유를 자세하게 말씀 드렸다. 소논문을 제시간에 끝내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실망이 크다는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말했다. 

 

어려운 이야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평소보다 독일어를 못 했다. 조리 있게 말하지 못했다. 설득력 있게 말하지 못했으며 문법도 꼬였다. 교수님은 몇 번의 미소를 지으며 내 이야기를 경청하셨다.

 

교수님은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내가 기대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훨씬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나는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서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 교수님은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 뿐 아니라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서도 계신다. 정말 감사했다. 

 

나는 가끔 잊고 산다. 세상에는 나의 시험이나 소논문을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 두 가지 역할을 한 사람이 하기도 한다는 것을.

소논문 열심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