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썼듯이 나는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는다. 나는 독일에 살고 있어서 원하는 만큼 한국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꼭 읽고 싶은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 한국의 부모님 댁으로 보낸다. 아버지는 그 책을 읽으시고 나에게 보내주신다.
2020/09/04 아빠와 나 |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는 이번에 주문한 책 중에 한 권이다. 제목 뿐 아니라 부제목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느끼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삶의 중요한 가치가 담긴 책을 아버지와 함께 읽고 싶었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길보라 작가의 인터뷰를 발견했다.
'괜찮아, 경험이야'는 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이 말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다가 일기를 쓰면서 '이것도 다 경험이지!' 스스로를 응원한다.
작가가 크라우드 펀딩 장학금을 기획한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장학금을 펀딩으로 받을 수 있구나. 지금까지 나는 '내가 나에게 주는 장학금(알바)'까지는 생각해보았지만 펀딩은 떠올리지 못했다. 나는 장학금 복이 별로 없다.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독일에 와서는 좋은 학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의 강점은 성실과 끈기인데 장학금 시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서 개발도상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도 받지 못한다(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에 지원했다가 한국 학생이라서 지원이 안 된다는 소식을 받은 경험이 있다).
작가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 6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그 과정을 책으로 출판한다.
내가 독일 대학에서 보는 시험과 제출하는 소논문과 논문이 이길보라 작가의 다큐멘터리라면, 블로그의 글은 작가의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제출해야 하는 그러니까 졸업을 하기 위해 써야 하는 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기록한 글도 중요하다. 과정을 기록한 글은 첫 번째로는 나에게 응원과 힘이 되고 두 번째로는 이 길을 걸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실수와 실패, 실망, 좌절, 다시 일어남의 기록을 통해 누군가는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 책을 읽으셨을까? 책은 언제쯤 독일에 올까? 내가 분명 좋아할 책이다. 읽기 전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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