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토론에서 한국말 하는 쑥스러움, 있는 그대로 살기

2020. 6. 26. 04:14일상 Alltag/안녕 독일어 Deutsch

 

지난 독일어 토론 모임에서 처음으로 한국말을 사용했다. 모두가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했다.

 

토론 주제는 '이민자 가정에서 언어가 부모 자식 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언어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다른 언어를 할 때 다른 정체성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토론 참가자들은 다른 정체성을 느낀다고도 했고 성격의 변화도 있다고 했다. 두 시간의 토론을 마치고 피드백Feedbackrunde을 하는 시간에 짧게 한국어로 대화해보기로 했다.

 

독일어와 한국어가 아주 다른 사람도 있었고, 독일어할 때의 예의바름과 한국어할 때의 그것이 비슷한 사람도 있었다. 재미있었다. 3주 동안 토론에 참여하면서 한국말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토론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이 산산히 부서지는 긍정적인 경험도 한다. 독일에서 두 달 째 되던 때 경험했던 일이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몇 년 동안 인종차별이라 믿어왔는데, 인종차별이 아니라 그냥 '이상한 애들'을 만난 것 뿐이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내가 동양인(인종차별)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리버리하고 착해보이는 사람이라서 그랬을 거란다. 어쩌면 여자라 그런 것을 수도 있단다. 남자 토론 참가자가 하는 말이, 자신은 몸에 문신이 있는데다 인상도 쎄고 말도 거칠게 하는 편이라 인종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센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 살기로 했다. 어리버리함도 나름 생존 전략이 되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도와준다.

 

여자인 것도 맘에 든다. 남자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여자라서 좋은 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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