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토론: 작은 행복 kleines Glück

2020. 6. 4. 04:29일상 Alltag/안녕 독일어 Deutsch

Berlin am Mittwochabend, 3. Juni 2020

 

일요일마다 온라인 토론에 참가한다. 친구가 독유네(독일 유학생 네트워크/ 페이스북 그룹)에서 토론 참여자 모집글을 보고 알려주었다. 독일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들이 모여 독일어 토론을 한다. 음악학, 교육학, 관광학, 신문방송학, 문화인류학, 사회과학, 미술치료학, 독어독문학, 철학, 정치학 등. 전공명만 보면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복수전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5-6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이다.

 

2주 전 처음으로 토론에 참가했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내 독일어를 어떻게 평가할까'하는 부담감 때문에. 모든 한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과 외국어로 대화할 때 가지고 있는 부담감일 것이다. 하지만 토론은 아주 좋은 분위기였고, 모르는 단어를 물어볼 수도 있었다. 그동안 강의 시간에 자주 들었지만 머리에 안 들어왔던 die Maßnahme (대책) 단어를 토론 중에 물어보았다. 그 의미를 인지하고 토론에서 써먹으니 절대 잊어버리지 않더라. Ich möchte mich  XX (Name) anschließen  같은 토론 표현도 써보았다. 학교에서 텍스트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들을 때 독일 친구가 자주 쓰는 표현이었다. 기억해두었다가 지난번 토론 때 써봤다 :)  토론 참가자는 독일 3년 차부터 9년 차까지 다양하다. 독일어 실력도 조금씩 다른데, 서로 알려주고 배우니 더 좋은 것 같다.

 

굳이 한국 사람과 독일어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토론을 하는 2시간 보다,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표현을 모으고, 토론 전에 독일어 섀도잉을 하며 독일어 익히는 시간이 더 의미 있더라. 또 독일에서 전공 공부 외에 독일어를 열심히 익히며 사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니 동기부여도 된다. 어쩜 저렇게 독일어를 잘하나 감탄도 하고.

 

이번 주는 내가 토론 진행자다. 주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코로나, 인종차별, 봉사활동과 여행을 함께하는 것 등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했다. 그래서 나는 가벼운 주제로 골라 보았다. 몇 분 전 내가 토론 카톡방에 올린 공지사항을 옮겨 적어본다.

 

 


ㅈㅎ 님과 ㅁㅈ 님처럼 토론 주제와 질문을 멋지게 독일어로 쓰려 했으나…

자꾸 미루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국어로 씁니다 🙂 

 

주제: 작은 행복, 소확행 kleines Glück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등장합니다. 작고 소소하며 구체적인 행복한 순간을 말하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막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놓은 속옷이 잔뜩 쌓여있는 것, 새로 산 면 냄새가 풍기는 셔츠를 머리에 뒤집어쓸 때를 자신의 소확행이라 소개했죠. 

 

큰돈 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여러분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제 작은 행복을 몇 가지 소개해볼게요. 전 날씨가 추운 겨울에 바닐라향 초 켜는 것을 좋아합니다. 겨울날 아침 포근한 연핑크 목도리를 두르고 밖에 나갈 때도 작은 행복을 느껴요. 가을에는 잘 익은 감을 먹으며 침대에서 책을 볼 때 행복해요. 제 방에는 편지 상자가 있는데, 그동안 받은 편지와 크리스마스 카드가 담겨있어요. 편지들을 다시 읽을 때도 행복합니다. 욕조 청소를 끝내고 반짝반짝해진 욕조를 볼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Was ist euer kleines Glück? 

 

한국에서는 몰랐던, 독일에서 새롭게 찾은 작은 행복이 있나요?

혹은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있나요? 

 

학업과 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각자 전공과 관련하여 행복을 설명해볼까요?

이 질문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제가 예시 질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질문들은 fachfremd 인 제가 생각한 것이니, 여러분들이 가진 전공 지식과 관련 없을 수도 있어요. 꼭 이 질문에 대답하실 필요는 없고, 전공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여러분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준비해주세요!

 

  • 철학을 전공하는 ㅈㅇ님: 철학에서는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삶이 꼭 행복해야 좋은 걸까요?

  •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는 ㅈㅎ님: 독일어 Glück/ glücklich의 어원은 무엇인가요? 미묘하게 다른 행복을 표현하는 독일어는 무엇이 있으며 그 어원은 무엇인가요? (z.B. Zufriedenheit, froh sein, Frölichkeit, Freude usw.)

  • 교육학과 정치학을 전공하는 ㅊㅇ님: 어린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공부(학문)를 하며 자주 만족감(혹은 동기부여)을 맞볼 수 있을까요?

  • 관광학을 전공하는 ㅁㅈ님: (흠… 여행은 행복 그 자체라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 미술치료를 공부하신 ㅎㄴ님: ㅎㄴ님과 상담하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해주세요. (이론적인 내용도 좋습니다!)

  • 신문방송학과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ㅎㄹ님: 각 문화권마다 행복의 의미가 다른가요? Medienwissenschaftlerin으로서 미디어(뉴스나 TV 프로그램)를 통해 작은 행복을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요?


즐거운 토론이 되길!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연핑크 후드티 H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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