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am 24. April 2020
온라인 공부 그룹
3월 초 대학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는 당황했다. 도서관 사물함에 넣어둔 책을 가지러 밤 늦게 급하게 도서관에 갔다. 이제 어디서 공부하나? 주중에는 친구들을 만나 공부를 하는데 만날 곳이 사라져버렸는데.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3월 18일 독일 전역에 자가 격리가 시작되면서 (미리 걱정을 해두어서인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이제 이렇게 몇 달 동안 지내야 할 운명이구나.
자가 격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Hannah한나에게 연락했다. 한나는 글쓰기 워크숍에서 만난 친구다. 작년 10월부터 글쓰기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있다. 3주 전부터 나와 한나는 스카이프 채팅에서 만나 뽀모도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레나Lena가 글쓰기 그룹 워츠앱 그룹에 '우리 Zoom에서 만나서 공부할래?' 물어보았고 그때부터 나, 한나, 레나, 하이케까지 네 명이 온라인에서 만나 공부한다.
나의 역할: 성실과 유머
공부 그룹을 만들고 친구들과 매일 만나 공부하며 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공부 그룹을 만든 것은 통계학 수업에서였다. 통계학은 독일 학생들도 혼자 공부하기가 어려워(통계 천재는 제외)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과목이다. 첫 번째 통계 Tutorium 수업이 끝나고,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함께 공부할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평소 적극적인 편이다. 친구들과 만날 계획, 무엇인가를 도모할 계획(예를 들어 '지루한 괴팅엔 블로그'), 기획하고 발표하기를 즐겨한다. 하지만 독일에 오니 언어 때문에 망설이게 되더라. 그룹으로 공부할 때 과연 내가 다른 독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난 독일어도 잘 못하고 수업 내용도 잘 모르는데.
하지만 이제는 그룹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알고 있다. 독일어가 좀 부족하고 수업 내용을 잘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공부 그룹에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룹원들을 챙기고 만날 약속을 정하는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랄까? 내가 성실해서 신뢰받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니고, 이 공부 그룹이 나에게 꼭 필요해서 매번 안 빠지고 참여하다 보니 성실한 그룹원이 되었다.
공부 그룹이 만들어지면 2주 정도는 잘 유지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공부할 마음이 사라지고 공부 그룹이 귀찮아질 시기가 온다. 모든 그룹원들에게 비슷하게 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하는데 어려움(학술적 글쓰기 등)이 크기 때문에 어쨌든 공부를 해야한다. 매일 아침 화상 채팅방 링크를 공부 그룹 워츠앱 단체방에 올린다. 이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나 항상 이 자리에 있어. 같이 공부하자!'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
유머를 담당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우리는 25분 공부하고 5분 동안 쉰다. 5분 쉬면서 수다를 떠는데 내가 본의 아니게 유머를 담당할 때가 있다. 그저께는 하이케와 둘이 공부했다.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떨며 하이케에게 방금 마신 당근 쥬스를 보여주었다.
'나 지금 감자 주스Karttofelnsaft를 마시고 있어. 독일 마트에서 모든 감자 주스 Karttofelnsaft를 다 마셔보았거든? 이 감자 주스 Karttofelnsaft가 최고야!
Ich trinke gerade Kartoffelnsaft. Das ist meine Lieblingssaft. Das ist die beste Karttofelnsaft, die ich je probiert habe.'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니 하이케가
'당근 주스 Karottensaft 말하는 거지? 감자 주스 Karttofelnsaft 말고.
Karottensaft.'
둘 다 엄청 웃었다.
'맞아 ㅋㅋㅋㅋㅋ 감자 주스를 어떻게 마셔 ㅋㅋㅋㅋㅋㅋ
Oh! Stimmt! Karottensaft. Es gibt ja keine Karttofelnsaft. Haha.'
'자주 마시진 않지 ㅋㅋㅋ Ich glaub nicht so häufig.'
아무튼 나는 본의 아니게 유머를 담당하게 된다. 나의 독일어 덕분에 :)
(감자 Karttofeln와 Karroten은 조금 비슷하여 헷갈린다.)
하이케도 글쓰기 그룹에서 유머를 담당한다. 하이케는 룸메이트 두 명과 셰어하우스 WG에서 살고 있다. 룸메이트가 한 명 나가게 되어 웹사이트WG-Gesucht에 룸메이트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단다. 자신들의 셰어하우스WG에서는 유머가 중요하니 이메일 보낼 때 유머를 하나 보내달라는 부탁과 함께.
Mein Mitbewohner zieht erst ab Mai aus. Wir müssen jetzt neue Mitbewohner suchen. Aber wegen Corona ist es schwierig. Mal Gucken. Meine Anzeige ist auf WG-gesucht. Wir haben gesagt, dass jeder, wer uns schreibt, dass er am Anfang ein Witz schicken soll.
둘 다 웃었다 ㅋㅋㅋ
'정말? 어떤 유머가 있었어? 재미있었어?
Habt ihr schon was bekommen?'
'응. 몇 가지 유머를 받았어.
산을 걸어 다니는 오렌지색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Ja, ein Paar. Was ist Orange.. und läuft durch die Berge?'
'흠... 산에 걸어다니는 오랜지를 뭐라고 하느냐고? (오랜지색을 오랜지로 잘못 이해했다)
Hm.. okay, die Organge, die durch die Berge läuft?'
'아니 오랜지 말고 오렌지색.
Nein, was ist Orange, die Frabe Orange.'
'흠.. 모르겠는데.
Hm.. keine Ahnung.'
'Eine Wander-rine.'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
신나게 등산하는 귤이 떠올랐다.
Wandern은 '등산하다'는 뜻이다. Wander는 등산하는 남성, Wanderin은 in이 붙어서 등산하는 여성이다. 오렌지색인 귤 Manderine과 Wanderin의 합성어인 Wanderrine가 나온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Wander-(길게 발음하고) rine를 말하는 것.
나는 너무 웃겨서 진짜 빵 터졌는데 ㅋㅋㅋㅋ 글을 쓰고 보니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네... 역시 유머는 말로 해야 하나 보다.
오늘은 레나와 하이케와 함께 공부했다. 평소에는 네 명이 함께 공부하지만 각자 다른 일정이 있으면 빠지기도 한다. 공부가 다 끝나고 '오늘 오후엔 뭐 할 거니?'라고 물어보니 한나가 친구랑 Boule을 치기로 했다고. Boule이 뭐야? 볼링 같은 거? 물어보니 링크를 보내준다.
http://www.boule-rouge.de/Startseite/Was_ist_Boule/Was_ist_Boule.html
아! 이거 안다. 독일인들이 날씨 좋은 날 공원에서 진지하게 땅에 볼을 굴리는 것을 보았다. Boule이라 하는구나. 나는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하니, 레나도 해 본 적이 없단다. 한나도 처음 해본다고. 동네 친구가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오늘 처음 쳐보는 것이라고. 코로나 때문에 산 거구나 하고 물으니 맞다며 웃는다 :)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덧붙이는 글: 온라인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인 Skype, Zoom, Jitsi도 소개하려고 했지만(그래서 제목에 적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버렸다. 다음 글에 소개하겠다. 간단하게 말하면 Jitsi 완전 괜찮다. 혁명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공대를 다니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한나가 소개해주었다. IT-Leute가 쓰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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