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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마감 마감. 소논문 압박을 나누어 받는 법, 글쓰기 센터 면담

by 통로- 2020. 4. 22.

Berlin am 21.04.2020

 

 

 

또 한 번의 마감을 끝냈다. 이번 마감은 특히 벅찼다. 겨우 써서 보낸, 반 페이지의 글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래도 끝내서 다행이다.

 

논문 쓸 때도 그랬고, 소논문을 쓰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글쓰기 센터에 방문한다. 요즘은 온라인 면담으로 한다. 처음 글쓰기 센터를 방문했던 이유는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독일 대학 첫 학기에 소논문을 썼을 때, 내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배웠던 내용)를 쓴 다음 참고 문헌을 갖다 붙였다. 학술적인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랐으니까. 도대체 독일어로 12장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그것만 고민했다. 한 달간 끙끙 앓다가 제출일 하루 전에 겨우 냈다. 첫 번째 소논문 이후로 학술적 글쓰기 수업을 매 학기마다 찾아 들었다.

 

수업을 듣는다고 내 글을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두 번째 소논문도 끙끙 앓다 일주일 기한 연장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나 제출일 몇 시간 전에 겨우 냈다. 제출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냥 거기서 세상이 끝났으면 했다. 두 번째 논문은 거의 떨어질 뻔했다.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담당 교수님께 한 마디 듣고) 가장 낮은 점수인 4,0으로  겨우 통과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렇게 해서는 소논문을 쓸 수 없겠다 싶었다. 앞으로 남아있는 소논문이 많은데 졸업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학업적으로 가장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세 번째 소논문이 다가왔다. 박사 논문을 쓰는 한국인 선배에게 고민을 토로하니, 대학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독일인 여성 한 분을 소개해주셨다. 재능 기부로 한국인들에게 독일어 토론 수업을 해주는 분이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20유로를 드리고 첨삭받았다. 더운 여름이었다.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글을 썼다. 공부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내 부족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네 번째 소논문이자 첫 사회학과 소논문을 쓸 때 (그 전까지 세 편의 소논문은 음악학과에서 썼다) 처음으로 글쓰기 면담 센터에 방문했다.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책을 막 다 읽었을 때였다. 독일어와 한국어로 인용구를 정리해두었는데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인터넷으로 우연히 발견한 사회과학부 글쓰기 센터에 이메일을 보내 면담 날짜를 잡았다. 3년 전 시작된 글쓰기 센터 면담은 또 다른 소논문들과 논문을 쓰며 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베를린에 와서 가장 먼저 알아본 곳도 글쓰기 센터였다.

 

 

 

 

 

 

글쓰기 센터 면담은 이렇게 진행된다. 일주일 동안 글을 쓰며 질문을 모은다. 면담 하루 혹은 이틀 전 글쓰기 센터 선생님께 내가 쓴 글을 보낸다. 면담 당일에는 나의 질문과 선생님의 코멘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주까지는 수월하게 글쓰기 센터 선생님께 보낼 글이 준비되었다. 보통 소제목,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주는 시간이 촉박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 지난주 면담이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미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번 학기에 거의 모든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교수진들도 영상 강의 소프트웨어 다루는 법을 급하게 배워야 한다고. 글쓰기 센터 선생님은 내 면담 시간에 영상 강의 소프트 웨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주 면담은 하루 미루어졌고, 이번 주 면담은 예정대로 진행되니 평소보다 글 쓸 시간이 하루 줄었다. (물론 면담이 취소되었던 그날 공부를 하면 되었겠지만, 그날은 다른 일이 있었다.)

두 번째 이유: (면담에 보낼 소논문을 써야했던) 지난 5일 동안 소논문 외에 행정적인 일이 많았다. 시험 등록을 위해 학교 행정실에 문의하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인턴 증명서를 작성하는 일도 있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 빨리 처리해야 했다. 평소엔 5일 글 쓰고 면담 센터에 보내는데, 이번에는 겨우 이틀 반 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 글쓰기 센터에 글을 보냈다. 목표했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아쉽다. 그래도 보냈다는 게 어딘가? 반 페이지라도 써서.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더 써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 다듬(bearbeiten)지 않은 내용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듬지 않은 글이란, 참고 문헌을 읽고 인용구를 체크한 후 일단 써보는 글이다. Free Writing처럼 쓴다. 완전한 Free Writing은 아니다. 간접 인용을 해서 쓰는 글이니까. 문법, 문장 구조, 학술적인 표현을 신경 안 쓰고 그냥 쓴다. 글쓰기 센터에 보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쓴 글을 다듬어 새로운 워드 파일을 만들어야한다. 이번 소제목은 정의/이론/역사 부분(내용이 어려움)이라 참고문헌을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끝냈다. 오늘 글을 보냈으니 내일 아침 10시에 하는 글쓰기 면담에서 말할 거리가 생겼다. 

 

 

 

 

 

 

 

 

글쓰기 센터 면담은 소논문(논문) 스트레스를 나눠서 받는 방법이다.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미루고 싶어서 미루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해야할지 발을 동동 구르다보면 시간이 훌쩍 감) 제출일 직전 엄청난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완성되지 않은)소논문 제출 하루 전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글쓰기 센터 면담은 그 압박을 일주일마다 나누어 받을 수 있는 데다, 학술적 글쓰기 실력도 쌓을 수 있다. 소논문을 통과하지 못할 거란 불안함도 줄어든다(글쓰기 전문가가 봐준 글이니까). 

 

글은 마감이 있어야 쓴다고 한다. 대학에서 쓰는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단 제출일이 있어야하고, 그 제출일로 가는 길목에 ‘글쓰기 센터 면담’이라는 작은 언덕을 만든다. 언덕을 일주일마다 넘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곳에 도달해 있다

 

긴 글이 되었다. 정성을 다해 내 소논문을 봐주시는 글쓰기 센터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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