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8일 수요일 밤에 쓰는 글

2020. 3. 19. 07:17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0년 3월 18일 수요일 밤 베를린

글 쓰며 들은 음악: 홍찬미, 나비의 꿈

 

 

 

 

오늘은 12시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오늘도 날씨가 좋구나!

 

코로나 소식으로 경직되어 있던 독일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요가와 명상을 했다. 명상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또 한 번 햇살에 감탄했다. 독일에도 봄이 왔다! 긴 겨울이 끝났고 봄이 왔다. 에버노트에 하루 일기를 작성했다. 하루 일기는, 명상이 끝나고 창가 사진을 찍은 다음 에버노트에 사진을 저장하며 쓰는 일기다. 오늘 아침 어떻게 일어났는지, 컨디션이 어떤지, 요가와 명상은 어땠는지, 할 일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등 생각나는 것을 모두 쓴다. 하루 일기 제목을 쓰며 보니 오늘은 3월 18일이었다.'내 생일이 내일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번 주에 글쓰기 센터에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글쓰기 센터의 '글쓰기 마라톤'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소논문, 논문, 에세이를 쓰는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해 생일은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오전 오후에는 '글쓰기 마라톤'이 있을 테니 늦은 오후나 저녁에 봉사활동을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글쓰기 마라톤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 저녁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못한다. 코로나가 일상을 많이 바꾸었다.

 

작년 생일이 떠올랐다. 베를린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보낸 생일. 아는 사람도 없고 날씨도 춥고 자꾸 감기 걸리고 꼬리뼈 다치고 충치도 생기고... '내 생일이군. 챙겨야겠어.'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알렸다. 친한 친구 몇 명에게도 알렸다. 베를린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먼저 챙겨야 했다. 그렇게 미리 챙겨서 아빠에겐 친필 편지 사진을 받았고, 한국 가족에게는 생일 축하 영상을 받았다(나의 부탁이었음. 우리 가족 이런 거 잘 안 챙기는 편. 좀 귀찮은 듯 영상 찍어 보내주었음 ㅎㅎ). 친구의 편지도 받았다. 괴팅엔 부모님 편지도 도착했다. 괴팅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편지를 보내주셨더라. 저녁에는 룸메이트와 동네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챙긴 생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해는 다르다. 베를린에 잘 적응했고 감기 없이 겨울을 보냈으며 꼬리뼈도 나았다. 치아도 건강하다. 작년에 충치 치료와 사랑니를 뺀 이후로 치실에 중독(?)되어 매 끼 식사 후 치실을 사용한다. 학교에 가지고 다니는 치실, 집에서 쓰는 치실 등 여러가지 치실이 상시 구비되어 있다. 커피도 안 마신다. 탄산수도 끊었다. 하하하! 엄청난 변화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작년 생일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일은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온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내일 엄마아빠께 전화해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지. 코로나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많아진 괴팅엔 부모님께도 전화해야지. 한국에서 책과 편지를 보내준 친구에게도 전화해야지. 코로나 여파로 국제 우편이 지연되어 아직 친구의 편지와 책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미리 읽은 것처럼 고마움을 전해야지. 내일 오후에는 작은 케이크를 사 와서 룸메이트와 나누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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