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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베를린 문학의 집 - 어린이가 동화 작가에게 묻습니다

by 통로- 2020. 3. 2.

2020년 3월 1일 일요일 밤 베를린

 

오늘은 쓸 이야기가 참 많다. 오후에도 하나 썼고 저녁에도 글을 썼다. 내일부터는 다시 소논문을 써야하니, 오늘 블로그에 쓰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써야겠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현재 시각 밤 11시 45분. 곧 자야한다.) 짧게 정리하겠다.

 

오늘은 베를린 문학의 집(Literatur Haus)에 다녀왔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멋진 건물이다. 문학의 집에서는 책과 관련된 여러가지 행사가 열린다. 작가 낭독회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일요일 유튜버 바보북스님과 북클럽 라이브를 진행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독서 모임을 끝내고 밤 늦게 집에 돌아올 때까지 하루종일 설레었다. 드디어 독서 모임을 했다니! 그것도 바보북스님 유튜브 채널에서!! 그날 밤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라이브 영상을 다시 보며 블로그에 독서 모임 후기를 작성했다. 

 

문득 베를린 문학의 집이 떠올랐다. 그래! 이제 독서 모임도 했으니 문학의 집 행사도 가보자! 사이트를 살펴보다 흥미로운 행사를 발견했다. "어린이가 동화책 작가에게 묻습니다" 라는 주제로 베를린에 살고 있는 동화책 작가들이 어린이 독자의 질문을 받는 행사였다. 참가대상은 5세부터 99세까지. 나도 포함되었다.

 

 

 

 

1. 요즘 새로 생긴 취미가 그림책 읽기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애 TV를 보며 그림책에 입문(?)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서점에서 그림책을 보는 게 취미다. 즐겨보는 그림책도 생겼다. '일상 생활 Alltag' 분야! 어른책 볼 때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는 그림책도 에세이를 즐겨보나보다. 블로그에도 일상이야기를 쓰고 :-) 

 

2. 나의 오랜 꿈은 그림책을 한 권 내는 것이다. 앵무새 폰디와 아로요를 키우며 동화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두 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

 

3. 방학 동안 유치원에서 인턴할 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나의 어색한 독일어 발음을 들은 5세 파울라는 매우 해맑게 "그런데 너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었다 ㅋㅋㅋㅋㅋ 유럽과 아시아를 손으로 그리며 설명해주었다. 아시아 아래에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이야기하니, 옆에 있던 3세 샬롯테가 기뻐했다. 뉴질랜드에 가보았다면서. 

 

세 가지 이유로 오늘 행사는 내게 딱 맞춤이었다. 1. 그림책을 좋아하는데다가 2.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 경험도 있고 3. 꿈이 동화책을 내는 것이라니! 뭐 이런 이유는 문학의 집에 도착해서 떠올린거고, 그냥 행사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갔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어린이 참석자도 꽤 많았다

 

예상처럼 행사는 무척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니, 사회자나 작가들이 구연동화를 들려주듯 재미있게 이야기하더라. 

 

질문 쪽지가 들어있는 모자를 사회자가 들고 다니면 어린이가 뽑아서 읽는다. 읽기를 배운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천천히 질문을 읽었다. 동질감을 느꼈다. 나도 독일어 처음 배울 때 저렇게 읽었지! 성인이 되어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이런 장점이 있다. 언어를 시작했을 때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것! 한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기억은 선명하지 않은데 말이다. 어린이의 질문은

 

 

 

"Warum kostet dein Buch genauso viel das da, wo viel mehr Seiten drin sind? 

작가님 책은 얇잖아요. 그런데 왜 저기 있는 두꺼운 책이랑 가격이 같나요?"

 

어린이다운 질문이었다...라고만 할 수 없었다. 나도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그림책이 생각보다 비싸서 쉽게 살 수 없더라. 작가는 웃으며 대답했다. 페이지가 많다고 돈을 더 버는 것은 아니라고. 출판업계 이야기를 어린이 언어로 풀어서 설명했다. 덧붙이는 말로

"페이지 수대로 돈을 더 많이 번다면 말이야, 나는 '그녀가 책상에 물컵을 올려두었습니다' 대신 '정교하게 땋은 검은 머리의 젊은 여성은 물컵을 꽃무늬 식탁보가 덮인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이렇게 쓸거야."  모두가 웃었다.

 

사회자가 다른 어린이에게 물었다.

"Kannst du schon lesen? 글을 읽을 수 있니?"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Nein. 아니요." 

당당함이 멋졌다. 

 

재미있는 질문이 많았다.

Sind Sie reich? 부자인가요?

Sind Sie schwul? 게이인가요? (게이 캥거루 동화를 쓴 작가에게)

 

쉬는 시간 후에는 옆방에서 어린이와 작가가 1:1로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독일 어린이들 꽤나 진지하게 작가들에게 질문하더라.

 

어른들이 모인 곳에서는 사회자가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베를린의 동화 작가를 지원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어린이 책은 중요하기 때문에(독일어로 Kinderbücher라고 하면 그림책부터 동화책까지 모두 포함하는 단어이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 

 

[...], weil Kinderbücher sehr wichtig sind.  어린이 책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 말 멋지더라. 

 

 

 

 

 

 

시간이 늦었다. 이제 자야겠다. 

 

 

 

 


 

 

베를린 문학의 집 - 어린이가 동화 작가에게 묻습니다

 

 

Literaturhaus Berlin

 

www.literaturhaus-berli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