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 독서 카드 -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유시찬

2020. 1. 28. 06:38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20.1.27 월요일 저녁 베를린

 

 

유시찬,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계기: 아빠가 주신 책. 아빠는 경제 신문을 읽다 이 책을 알게 되셨단다. 언니에게 인터넷에서 주문해달라 부탁하신 후 읽으셨다고. 아빠는 이번 크리스마스 때 내가 부탁한 책 다섯 권 외에도 두 권의 책을 더 선물해주셨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이다.

 

오늘 아빠와 통화를 하며 유시찬 신부님 책을 잘 읽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아빠가 기뻐하셨다. 오래 전에 읽어서 정확한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으신다고. 내가 독서 카드를 작성해 아빠께 보내드려야겠다.

 

신부님이 쓰신 책이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지 않다. 선조들의 이야기와 명상 이야기가 있어, 혜민스님과 법정스님 글이 떠올랐다. 나의 생각을 여백에 쓰며 즐겁게 읽었다.

 

 

 

 

 

 


어떤 마음의 움직임도 모두 좋은 것이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속에 게으름이 찾아왔을 때, 부지런한 마음으로 바꾸려고 무작정 덤벼든다면 에너지를 소모하고 마음고생만 할 뿐입니다. 반면 마음속에 게으름이 휘몰아칠 때 일단 그 자체를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면 다음 단계에서 훨씬 나은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으른 마음을 평온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부지런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설사 마음이 금방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품은 채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8)


매일 아침 방 안 깊숙이 밝고 따뜻한 햇살이 찾아듭니다. 햇살 속에서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깊은 상념에 잠깁니다. 거저 주어진 그 시간을 즐기며 햇살 한가운데 가만 앉아 있다 보면 형언할 수 없이 깊은 행복이 밀려옵니다. 갑자기 큰 부자라도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아침마다 햇살을 받으면 부자가 된 듯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 고요한 시간에 명상에 잠기면 존재의 신비가 온몸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깊이 관조합니다. 그러면 생명 탄생의 신비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생명을 지는 것 모두, 심지어 돌맹이 하나, 흙 한 줌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18-19)


자연 앞에서 겸허한 자세를 취하듯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합니다. 마음은 '내'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고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30)


어제의 '나'는 이미 오늘의 '내'가 아닌 것입니다. 몸도, 마음가짐도, 모두 새로워진 것입니다.

 

자연은 물론 우리 인간은, 이처럼 비슷한 모습 속에서 동일성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이 점에 깊이 눈을 뜰 필요가 있습니다. [...]

 

변화와 과정을 중시하는 관점을 굳건히 붙들고 있으면 또 하나의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바로 생에 대한 의지와 활력이 끊임없이 샘솟는다는 것입니다. 매 순간이 항상 새롭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선한 감동과 생동감을 불어넣어줄지 생각해보세요. 삶 속에서 지루함이나 무기력감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매 순간을, 지금 이 자리의 모든 상황을, 거듭거듭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몸과 마음이 변화하면서 늘 새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연이 쉬지 않고 변화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는 것 또한 큰 기쁨이 아닐까요?

 

지난 시간을, 특히 과거의 상처를 없었던 걸로 치부해버리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아픈 기억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기억을 꺼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순간만큼은 아픈 기억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미 지나갔고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잠든 사이에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내가 변했고, 세상이 변했고, 자연과 우주 만물이 변했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잠을 잡니다. 당연히 매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신선한 감동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삶을 또다시 힘차게 걸어가고픈 의욕을 샘솟게 하는, 이 신비한 활동이 매일매일 순간순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힘을 내세요. 새로워졌다는 말은, 지나간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우리 삶은 늘 새로운 백지에 새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92-93)


법정스님의 일기일회가 떠올랐다. 매일 새롭게 태어나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한창 청춘이라 해도 늙음과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일입니다. 그런 삶은, 아무 생각 없이 늙음과 죽음은 자신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사는 젊은이들에 비해 훨씬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203)


 

 

 

 

 

 

 

[월요인터뷰] 유시찬 "요즘 유행하는 '힐링'은 임시방편, 근본적인 치유는 깨달음이죠"

지난 3월 서강대 이사장에서 퇴임한 유시찬 신부(59)는 요즘 바쁘다. 지난 4월 삶의 목적과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한국경제신문)를 출간한 이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방송 출연, 대중강연이 이어져서다. 지난 9일 홍익대 근처에서 연 북콘서트에는 15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유 신부는 가는 곳마다 “마음의 이력서, 마음의 스펙을 쌓으라”고 강조한다. 대학에 있으면서 취업과 성공을 위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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