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가는 길
첫번째 날에는 부모님과 함께 걷다가
세번째 날 부터는 따로 걷다 중간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새로 신은 등산화 때문에 빨리 걷지 못하고
엄마는 허리가 안 좋으셔서 오래 앉아 쉬는게 힘드시니까.
또 모두 걷는 페이스가 다르니까.
이건 엄마의 아이디어였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따로 걷는 게 좋겠다 하셨을 때
아빠는 약간의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셨다.
아빠는 가족이 다정하게 걷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으니까
(마지막에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인정하심!)
아무튼
덕분에 엄마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가시고
나는 천천히 내 페이스로 걸었다.
아빠는 중간중간 쉬면서 순례자 길 책 읽으시고.
아직은 어두운 아침
순례자 길을 시작하기 전
지도를 보고 큰 도시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
한 두 시간 걷다
카페가 보이면
엄마아빠를 찾는다.
유럽인 사이에서 엄마아빠 찾기는 아주 쉽다 :-)
엄마아빠의 주문을 받아 카페로 간다.
주로 엄마는 카페 그란데
아빠와 나는 일반 커피
그리고 함께 먹을 토스트
카페로 들어가
토스트, 커피를 시키고
아침식사를 하며 부모님과의 담소
다시 2-4시간 걷다가
카페에서 부모님을 만나 간단한 간식을 먹고
또 걷는다
숙소에 도착
알베르게에서 짐 정리, 빨래를 하고
편한 신발을 갈아신은 다음
도시(동네) 구경을 하러 나간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고
미사드리러 성당으로!
(동네마다 저녁미사가 있다.)
이게 우리의 하루 일과.
덕분에 오전과 오후엔 순례자 길에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저녁에는 부모님과 함께 즐겁고
스팩타클한 시간(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알아보러 다니는 모험)을 보낼 수 있었다.
스페인 까미노의 하루는 아주 단순하다
1. 걷고
2. 먹고
3. 빨래하고
(매우 중요)
4. 일찍 자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한 곳을 향해 걷는다.
발이 너무 아파도
함께 걷는 사람이 있으면
아픔을 잊고 즐겁게 얘기를 한다.
누구는 일찍 시작하고
누구는 늦잠자서 늦게 시작하고
누구는 발이 아파 천천히 걸어도
우리는 결국 만나게 되어었다.
도착시간은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곳(같은 도시)에서 만나 안부를 묻는다.
잘 걸었냐고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누군가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다는 것
도착지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는 것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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