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一喜一悲

2021. 9. 25. 19:41일상 Alltag/가족 Familie

 

2021년 9월 25일 토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 외출을 나가신 부모님께서 돌어오셨다. 엄마는 어두운 거실 구석에 놓여있는 체중계에 조심스레 올라가셨다.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체중계에서 내려오시는 엄마. 나는 엄마 얼굴을 보는데 웃음이 나왔다. 엄마는 어제까지만 해도 신나게 자랑을 하셨던 터였다. 이렇게 운동을 해서 살이 빠졌다, 조금만 더 하면 목표 몸무게까지 갈 것이다 말씀하셨던 엄마. 참고로 우리 엄마는 다이어트 전문가인데 자꾸 살이 다시 찐다. 말로만 전문가이지 실상은 쪘다 빠졌다 하는 평범한 다이어터다. 체중계 숫자를 보고 아쉬움이 가득한 엄마의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 (크게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나를 보고 웃으심 ㅋㅋㅋㅋㅋㅋㅋ)

나: 엄마, 그러니까 내가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잖아. (계속 웃음)

엄마: 일희일비도 없으면 어떻게 다이어트를 하니? (웃음)

 

현관에 계시던 아버지는 두 모녀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무슨 일인지 물으셨다.

 

나: 엄마가 체중계 위에서 내려오는데 표정이 너무 웃겨서 (계속 웃는 중)

엄마: (혼잣말로) 아, 오늘 점심을 밖에서 먹어서 그런가?

 

아빠는 체중계 앞에 있는 엄마께 가신다. 엄마는 아빠 앞에서 조심히 체중계에 올라가 보신다. 참고로 아빠는 엄마의 든든한 다이어트 응원군이다. 엄마가 체중 1kg으로 일희일비하면 아빠도 함께 일희일비하신다. 엄마는 체중계 옆 탁자와 큰 스피커에 양손을 올리고 조심스레 체중계에 한 발씩 올리셨다.

 

아빠: ... 손을 떼고 올라가야하는 거 아니야?

엄마: (손을 떼고 올라가며) ...

 

아쉬움이 묻어나는 엄마의 탄식 소리. 어제 뺐던 살이 다시 쪘나 보다. 체중에 일희일비하는 엄마의 모습이 귀엽다. 엄마는 오늘부터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시겠지. 저녁을 먹지 않고 내일 새벽 일찍 등산을 가시겠지. 

 

 

엄마가 매일 오르시는 뒷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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