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즐거움 - 함께 사는 친구들

2020. 12. 21. 07:02일상 Alltag/함께 사는 즐거움 WG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밤

 

M은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그의 취미 생활이다. (셰어하우스 형태의) 기숙사의 대표를 맡아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기숙사 담당자에게 전한다. M은 성격이 좋고 대화 기술도 훌륭하다. 그가 기숙사 담당자에게 건조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의 대화 기술에 놀랐다. 그는 적절하게 뜸을 들이며 상냥하게 "우리에게 건조기가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기숙사에 건조기가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의 대화 기술에 감명받았다.

 

A는 열정적이다. 처음에는 그의 열정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사 와 짐정리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나에게 그는 게임을 하자고 했고 부엌에서 만난 나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의 삶이 열정 그 자체더라. 매일 오전 부지런히 하루 동안 먹을 음식을 만들고 주말에는 여러 운동을 한다. 코로나로 밖에 나가기 어려운 요즘은 방에서 자전거(운동용 자전거 기구가 아니라 진짜 자전거)를 고정해두고 열심히 탄다. 그 소리가 복도까지 들린다. 밝은 A 성격 덕분에 기숙사에는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E는 눈치가 없다. 부엌에서 그와 대화하면 재미가 없어서 빨리 내 방에 가고 싶을 정도다. 그는 스스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들지만 냄새는 좋다. 청결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그가 떠난 부엌에는 그의 흔적이 가득하다. 깔끔한 성격인 A는 E가 남긴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 워츠앱 방에 올린다. 부엌을 쓰고 제발 뒷정리를 해달라고. A는 누가 그렇게 흔적을 남기는지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WG(플랫, 셰어하우스) 평화를 위해 조용히 있기로 했다.

 

J는 소박한 웃음을 가진 사람이다. 조용한 성격이라 처음에는 별로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와 부엌에서 마주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는 이것저것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빵 사이에 햄을 넣어 먹으며 커피를 마신다. 점심과 저녁은 단백질(고기), 탄수화물(밥), 섬유질(야채), 과일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는다. 매일 한 번 방에서 줄넘기를 한다. 이베이에서 중고로 밥솥, 믹서기, 빨래 건조대, 빨래 바구니를 사고는 내게 자랑한다.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5유로(현재 환율로 6700원)에 장만한 전기밥솥은 내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밥솥보다 더 좋아 보인다. 

 

C의 알람 시계는 매일 새벽 6시 30분에 울린다. 방음이 잘 안 되는 기숙사라 C 옆방에 사는 나는 그녀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 그녀는 알람 시계를 두세 번 끄고 자다가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일어난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녀는 함께 사는 우리를 잘 챙긴다. C는 쿠키 굽는 것을 좋아하여 11월 말부터 이틀 간격으로 쿠키를 구웠다. 12월 초 E가 코로나 확정 판정을 받고 기숙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시작하며 C는 쿠키 굽기를 잠시 쉬었다. E의 자가격리가 끝나고 C는 다시 쿠키를 굽기 시작했다. 덕분에 저녁만 되면 온 집안에 달달한 쿠키향이 가득하다. 

 

 

 

 

 

C의 코코넛 쿠키.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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