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3일 월요일 저녁 베를린
두 번째 북클럽 라이브을 무사히 마쳤다. 북클럽 라이브이라니! 영어로 쓰니까 뭔가 있어보인다 :-) 평범한 독서모임이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될 뿐이다. 읽었던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읽기 힘들어 미루다가 독서모임 바로 직전에 책을 끝까지 읽었다. 독서 모임 시작 30분 전에 바보북스 님과 힘멜 님에게 10분 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아직 다섯 페이지가 남았다고 ;-)
독서모임에서는 내가 원하는 책만 읽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좋다. 평소에 읽지 않는 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번의 독서모임을 하며 소설을 두 권이나 읽었다. 내가 소설을 읽다니!! 몇 개월 만인가! 1년 동안 소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다가오는 4월 독서모임에서는 두 권의 책을 읽는다. 한 권은 반려 동물이 주제인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이고, 나머지 한 권은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태고의 시간들>, <프랑켄슈타인>, <대도시의 사랑법>, <아침의 피아노>, <당신이 옳다>. 나는 며칠 전에 생일 선물 받은 <당신이 옳다>를 추천했지만 현재 투표에서 4위이므로 가능성은 별로 없다. 투표는 이틀 후에 마감된다. 아쉽지만 이번에도 소설을 읽게 될 것 같다. 아쉬운 게 아닐 수도 있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투표 보러가기)
오늘 저녁 인터넷 서점을 보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제목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너무 웃기지 않은가? 책소개를 보니 독서 모임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의 책이란다. 미리보기로 첫 페이지 읽다가 푸핫! 웃음이 터졌다.
새벽같이 일어나시는구나. 간단한 오믈렛? 오믈렛은 간단하지 않은데. 달걀 프라이를 해 드신다는 건가? 일어나자마자 두 시간 원고 작업을 한 후 달리기를 하신다고? 나는 집에서 공부하는 날엔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산책하고 공부하는데. 박상영 작가는 글 쓰고 또 조깅을 나가시는구나. 집 근처에 호수가 있다고? 도대체 어디 사시는 거지? 호수 두어 바퀴를 돌면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난다고? 이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었다. 두어 시간? 그럼 호수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인데 그렇게 큰 호수가 있나? 우리 집에서 꽤나 멀리 있는 큰 호수를 한 바퀴 돌아도 30분 안 걸리던데. 정말로 큰 호수인가 보다. 오! 두어 시간을 돌면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구나. 내가 지금껏 '러너스 하이'를 못 느꼈던 이유는 두어 시간을 쉬지 않고 뛴 적이 없어서였구나.
(이렇게 내 의식의 흐름을 쓰다보니 어제 독서모임을 했던 <댈러웨이 부인>이 떠오른다. 주인공들의 의식 혹은 생각의 흐름을 쓴 작품이다. <댈러웨이 부인> 잊지 않겠어. 어려웠지만, 영화의 도움을 받을 만큼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겠어.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잖아?' 용기를 얻었지.)
다시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로 돌아와서:
마지막 단어 '개뿔'을 보는 순간 푸핫 웃었다. ‘개뿔’ 이라니 ㅋㅋㅋㅋㅋ '개뿔'을 읽기 전까지 나는 정말로 박상영 작가가 이런 아침을 보내는 줄 알았다. 어쩐지. 너무 완벽하고 이상적인 아침이었잖아! 독서모임에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게 된다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에세이도 읽어보아야지. 독서모임에서 박상영 작가를 소개할 때 에세이도 소개하면 조금 멋져보이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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