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요가 - 요가를 하는 이유

2019. 3. 29. 20:01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8년 3월 29일 금요일 베를린

베를린에 온 것은 도전이자 선물이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학부 공부를 해낸 것의 보상이었다. 항상 학업에 허덕였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공부방법을 찾았고 느리지만 착실하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었다.

학부가 거의 끝나가고 석사를 지원할 자격이 되었을 때, 여러 학교에 지원을 했다. 전공 분야를 맞춰서, 인턴이나 조교를 생각해서, 학술적으로 내게 기회가 많은 곳을 찾아보며. 15개가 넘는 학교 지원시기를 체크하고 지원조건을 확인했다. 그중에 가고 싶은 학교를 골라 지원했다. 딱 1년 전의 일이다.

정말로 가고 싶었던 몇몇 학교에서 합격증을 받았을 때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부했던 것이 사실은 정말 큰 일이었구나. 사회과학도가 되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었구나. 그래도 나는 거의 해냈구나.

사회과학 석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다. 20년간 음악을 하다가 방향을 바꾸었다. 독일 대학 초반에는 넘어짐의 반복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사회학이 무엇인지, 통계가 무엇인지 알아갔다.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은, 걸음마를 시작한 사회과학도이다. 하지만 내 안에는 그동안 고군분투하며 공부했던 시간이 있다. 수업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읽었던 책을 수많은 책도 있다.

소논문과 논문을 쓰며 집-도서관-집-도서관-집-조교일을 하며 (매일 같은 공간에 있는) 지루한 번데기 생활을 했다. 번데기도 잠깐의 휴식이 필요해서 작년에 (여행과 전공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빈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빈 대학 도서관에서 일기를 썼다.

이제 베를린이 필요하겠다.

베를린은 보상이었다. 

그동안 언어 배우고 새로운 전공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어. 이제 큰 도시로 가보자. 그곳에는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도 많을 거야. 

 

 


 

 

베를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베를린의 겨울은 어찌나 어둡던지. 베를린 방은 얼마나 춥던지.

감기 몸살에 걸려 계획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 두 번째 걸린 감기 몸살 때는 '이러다 말겠지' 생각으로 코감기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고 그로 인해 귀에 문제가 생겨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잠시 아프다 말다 하던 사랑니가 너무 아파 치과에 갔더니 1/4이 썩어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버스에서 미끄러져 꼬리뼈를 다쳤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터졌다. 하나가 터지면 하나가 또 터지고… 

베를린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는데. 그동안 독일에서 나의 한계를 깨며 열심히 공부한 보상이었는데. 선물과 보상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릴 정도로 험난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버티자. 

많은 글을 썼다. 일기부터 시작해서 메모, 블로그에 짤막한 글 등.

일상에 집중했다. 룸메이트와 따뜻한 대화, 베를린에서 새로 사귄 친구, 작지만 아늑한 방, 간단하지만 맛있는 요리, 고모님의 문자, 아빠와의 통화 등. 일상의 작은 행복을 자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나갔다. 항상 내가 해왔던 것처럼.

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밖에 나가 장을 보는 것, 생존을 위한 일상도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고. 나는 1. 건강하고 2. 오늘 밤 잠잘 곳이 있고 3. 내일 밥 먹을 돈이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인가 싶었다. 

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 즉 생존이 첫 번째 목표이고 그다음이 학업이다. 학업이 나의 기본적인 생활까지 침범할 수는 없다. 내가 있고 공부가 있지, 공부가 있고 내가 있겠는가? 나를 먼저 챙기고 공부하자.

일상을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자, 이렇게 버티고 있는 나를 돌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그리고 우연히 아침 요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요가를 하는 것은, 내가 요가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오랫동안 찾고 있었다. 오늘 아침 요가는 참 좋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도 즐겁다. 

 

페퍼민트차를 마시며 스님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중 :-)

 

 

오늘 아침 요가! 스트레칭이 중심이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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