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숙사 WG 하우스 메이트 - 함께 살아가는 방법

2015. 12. 13. 00:34일상 Alltag/함께 사는 즐거움 WG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는 3명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Flat, WG) 형 기숙사다. 하우스메이트(룸메이트, Mitbewohner) 2명과 함께 살고 있다. 각자 방이 있고 부엌과 욕실을 공동으로 쓰는 일반 아파트 같은 곳이다.


이 도시로 처음 왔을 때 집 구하는게 어려웠다. 기숙사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신입생들 중에는 첫 몇 달 동안은 유스호스텔이나 호텔(학교과 계약해서 저렴하게)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후 기숙사 방을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다양한 집


독일에는 다양한 기숙사가 있다.  1인용 아파트(부엌, 화장실), 여러명이서 부엌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한국 기숙사와 비슷한 곳, 8명 정도 부엌만 함께 쓰는 곳 (화장실은 방에 있다), 2명-8명이 함께 사는 하우스 셰어와 비슷한 WG (Wohngemeinschaft). 학교 기숙사가 아니더라도 학생들끼리 WG를 만들어 살기도 한다.


보통 WG를 들어갈 때 WG 인터뷰를 본다. 자신의 소개를 하고 취미가 무엇인지, 주말에는 보통 무엇을 하는지 등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WG에 살고 있는 사람과 들어올 사람이 서로를 알아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WG는 새로운 지어진 기숙사에 있어서  나와 내 룸메이트(하우스메이트, Mitbewohner)는 서로를 알지 못했다. 이 곳에 이사오기 전 사실 걱정도 했었다. 나와 잘 맞는 아이들이어야 할텐데!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애들은 안토니아와 헬레나.


독일 북쪽 지방에서 온 안토니아는 의학을 공부한다. 독일 중부에서 온 헬레나는 사범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다. 둘 다 참 착하고 밝고 귀여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같이 살다 보면 서로에게 맞춰가는 게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안토니아가 내게 창문을 너무 오래 열어두는 것이 좋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기숙사는 실내에 환기시스템이 있어서 굳이 창문을 오래 열어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한국 음식을 요리하다 보면  아무래도 독일 음식과 냄새가 다르니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 나름 배려를 한다고 오래 창문을 열어놓은 것인데..


아무튼 그랬다.


안토니아에게 그 얘기를 들을 때는 뭐랄까.. 긴장이 됐다.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독일 사람들이 직설적으로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말 딱 할 말만 하니까 기분이 조금 그랬다. 안토니아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했지만 마음이 좀 그랬다.


나 혼자 좀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다시 안토니아랑 말했다. 내가 창문을 열어놓았던 건 한국음식 냄새가 남아있지 않기 위해서라고. 이젠 그 부분에 주의를 하겠다고. 안토니아도 내 사정을 이해했고 나도 안토니아를 이해했다.


이건 한 달 전 이야기.









그리고 오늘.

지금 금방 헬레나, 안토니아와 이야기를 했다.


안토니아는 집에 친구를 (너무) 자주 초대한다. 나와 헬레나에게 미리 말하지 않거나 친구가 오기 바로 전에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집은 거실에서 말하면 방에 너무 울리게 들린다. 실내 구조적인 문제다.


지지난주 토요일.

주중에 학교 수업 때문에 지쳐있었다. 토요일에 늦게 일어나 청소도 하고 숙제도 할 계획이었다. 12(정오)시 쯤 되었을까 부엌에서 마주친 안토니아는 30분 후에 자기 친구들이 와서 같이 공부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안토니아 친구 2명이 왔고 3-4시간 정도 거실에서 함께 공부를 했다. 조용히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는 서로 물어보고 답하고 하는 공부. 기숙사가 방음이 잘 되어있지 않아 거실에서 말하는 소리가 방에서 잘 들린다. 너무 잘 들린다. 사실 이것은 기숙사 건물의 문제이기도 하다.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나는 안토니아와 친구가 공부 할 동안 방 청소를 했다. 숙제를 하려고 했지만 밖이 시끄러우니 집중이 되질 않았다. 안토니아 친구가 온다는 걸 알았으면 나도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방법을 택했을 텐데..


그래도 거실이 나만의 공간은 아니니까 안토니아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냥 넘어갔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나는 알바하고 와서 집에서 쉬고 싶은데 예상치 못했던 안토니아 친구들이 집에 와 있던 적이. 그리고 그 친구들은 오랫동안 거실에 머물렀다.


그리고 어제 금요일. 나는 수업이 있어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밖에 있었고 그 이후에는 잠깐 집에 들려 옷 갈아입고 음악회에 갔다. 안토니아는 아침 10시에 친구를 초대해 거실에서 아침을 먹고 오후에는 다른 친구를 초대해 함께 공부(거실)를 했다. 


우리집은 거실과 부엌이 함께 있다. 거실이 방음이 잘 되어있지 않아 집에 있었던 헬레나에게 불편했었나 보다. (거실에서 말하면 방에서 진짜 크게 들린다.)


거실에 누군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다. 화장실 갈 때도 거실을 지나 가야하는데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지 손님이 왔으니까 옷을 제대로 입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도 되고. 우리집은 통로가 따로 없이 방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거실이다.


헬레나는 저녁 늦게 부모님댁에 갔고 오늘 아침에 기숙사로 돌아왔다. 원래 헬레나가 이번 주말에 부모님 집에 갈 계획이 없다는 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기숙사로 돌아온 헬레나와 이야기를 했다. 혹시 어제 불편했는지 그래서 집에 갔는지. 갑자기 헬레나가 울먹거리는거다... 그랬다고. 목요일에 첫 알바를 하고와서 피곤했단다. 그래서 금요일에 집에서 쉬면서 공부하려 했었지만 밖에 누군가가 계속 (거의 하루종일) 있으니 불편했다고. 또 말하는 소리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고 안토니아에게 한 번 얘기를 해보자 했다.


나는 이런 얘기를 잘 못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 그래서 빙빙 돌려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 특히 독일 사람은 더 이해 못한다..


헬레나에게 어떻게 언제 안토니아에게 얘기할까 물어보니, 오늘 오후 안토니아가 집에 오면 하는 게 좋겠단다. 내가 그럼 차와 쿠키를 먹으면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해야하는 걸까, 어떻게 안토니아 마음이 상하지 않게 말할까 물어봤다. 핼레나가 너무 큰 일처럼 하지 말고 그냥 짧게 할 말만 하는 게 더 좋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 얘기 하겠다고 뭔가를 거창하게 따로 만들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안토니아가 집에 도착했고 한 30분정도 흘렀을까 헬레나가 안토니아에게 "우리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말했다. 그리고는 모두 식탁에 앉아 짧게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를 초대할 때는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우리집이 방음이 안 되니까. 안토니아는 이해를 했다.


30분이 지났을까 안토니아는 밖에 나가는 길 우리에게 다시 말을 했다. 그게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함께 사는 건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 같다. 사실 안토니아가 뭘 크게 잘못한 건 아니다. 내가 창문을 열어놓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왔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 그걸 양보하고 맞추어 가는 게 함께 사는 게 아닐까?


함께 살면 나 자신에 대해 더 배우는 것 같다. 나는 싫은 소리 잘 못하는 스타일. 하지만 가끔은 솔직하게 말해야 할 때도 있다. 빙빙 돌려 남에게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하는 방법. 직설적으로도 남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 할 수 있으니까.


3명이 사는 기숙사라 좋다. 만약 둘만 살았다면 둘 사이의 트러블이 악화될 수도 있었을거다. 셋이 있으니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게 되는 것 같다. 조언도 구할 수 있고. 나에게도 부족한 점이 많고 그들과 다른 생활습관도 있겠지만 (더군다나 나는 한국사람이라 문화가 다를테니까) 안토니아와 헬레나가 이해해주는 부분이 많을거다.


WG에 살면서 배운 점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사람은 항상 단점보다 훨씬 큰 장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는 방법(이건 아직도 배워가고 있다), 또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거! 독일사람이나 한국사람이나 살아온 나라만 다르지 비슷한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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