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엄마 생각 - 언니는 아프면 피자를 먹고 싶다고 했다)을 쓰다가 빵순이 언니가 생각났다.
가족 이야기를 쓰다 보니 추억이 물고 물어 옛날 생각이 난다.
독일에 있다 보면 "한국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어? 유명한 음식이 뭐야? 너는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해?" 음식 관련 질문을 자주 받는다. 밥과 국, 반찬을 먹는다고 하면 아침 식사는 어떻게 먹는지 묻는다. 보통 독일은 점심에 따뜻한 음식을 먹고 아침과 저녁에는 간단하게 빵을 먹으니 말이다. 물론 저녁에도 맛있는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또 일요일 아침은 굉장히 멋지게 먹는다.
한국에서는 아침에도 밥과 국을 먹는다고 말한다.
엄마가 시간이 있으면 밥과 국을 해주시고 시간이 없으면 빵을 주시기도 한다고.
나는 아침에 밥을 먹는 것을 좋아했고 언니는 빵을 주로 먹었다.
그래서 집에서 나는 밥순이, 언니는 빵순이었다.
세 살 터울 언니는 어릴 적 나를 끔찍이 챙겼다.
토요일마다 내 손을 꼭 잡고 어린이 미사에 갔다.
아파트 단지를 내려오기도 전에 "성당 가기 싫어. 나 슈퍼에 가서 뭐 사 먹을래." 떼를 쓰던 나를 슈퍼로 데리고가던 언니. 나에게 새콤달콤을 쥐여주며 어르고 달래 성당에 데려갔던 착한 언니였다. 언니는 엄마한테 받은 주일금 밖에 없었을 텐데 어디서 새콤달콤 살 돈이 있었을까? (엄마가 언니한테 용돈을 따로 주셨나? 나한테는 안 주고? -_-)
그러던 언니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변했다. 사춘기가 왔었을까? 안 그래도 얄미운 동생이 더 얄미웠나보다.
아무튼 그때부터 언니랑 무진장 싸웠다 ㅎㅎㅎ 대학 때까지 싸웠다 ㅋㅋㅋ
초등학교 때: 언니의 알록달록 필기구 훔쳐 갔다고, 언니 옷 입었다고 싸웠다.
주로 언니가 집에 없을 때 언니 방에 몰래 들어가 구경했다. 구경하다 예쁜 건 몰래 가져왔다빌려왔다.
언니 것은 다 부러웠다. 특히 각양각색 펜이 부러웠다. 내가 초등학교 때 언니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때니 예쁜 펜이 많았다.
예쁜 수첩도 많았다. 다이어리도. 언니가 몰래 쓴 소설도 큭큭거리며 읽었다 ㅎㅎ
물론 언니도 내 것을 가져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베프랑 같이 산 우정 머리끈을 언니가 가져간 적이 있는데 분해서 일기장에 꾹꾹 눌러 썼다.
고등학교 때: 내가 선물로 받은 우산을 언니가 학교에 가져가서 치고받고 싸운 적도 있다. 옷, 가방 가지고도 엄청나게 싸웠다.
진짜 살벌하게 싸웠다 ㅋㅋㅋ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싸웠다 ㅋㅋㅋ
어른이 되어 언니랑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
어릴 적 나한테 장난감을 다 뺏기던 언니는 어느날 이런 생각이 했단다. "이렇게 착하게만 살면 안 되겠다."
난 언니 장난감을 뺐던 기억은 전혀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랬을 것 같다. 질투도 많고 샘도 많은 아이였으니.
대학 때까지 치고받고 싸우다가 언니 결혼식 준비 때 화해 모드가 되었다.
언니가 일 때문에 너무너무 바빠서 결혼식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때 내가 많이 도와주었다.
청첩장 예쁜 곳 알아봐서 주문해주고 웨딩드레스도 같이 가서 골라주었다.
결혼식(혼인미사) 때 언니 친구가 증인으로 오기로 했는데 못 와서 내가 증인이 되어 주었다.
지금은? 따로 사니 옷, 가방 때문에 싸울 일도 없다.
내가 조카 선물을 잘 챙겨주니 내심 고맙다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빵순이 언니가 생각나 써 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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