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옆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한국인 언니와 통화를 했다.
언니는 지원했던 학회에 아쉽게도 못 가게 되었다고 한다.
언니, 나도 이번 달에 인턴 하나 떨어졌어요.
그래도 언니가 떨어졌다는 것은 지원을 했다는 거잖아요.
지원하지 않았다면 떨어지지도 않았을 거고.
언니가 지난번에 두 번이나 학회에 갔던 것, 그리고
그 학술지에 언니 글이 실렸다는 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우리 또 열심히 지원 해봐요. (언니는 학회, 나는 인턴)
미친스물이라는 네이버 블로그.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인턴십을 검색하다가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 해외탐방 경험과 국제회의 한국대표 참가 경험을 적은 포스팅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부럽다!'
영어를 참 잘 하나보다, 대학교 1학년부터 일찍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시작했구나!
처음에는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블로그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얼마나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으며 그 기회를 얻었는지 알게 되었다.
또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입학하면 하고 싶은 활동을 계획했다는 것도.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악기를 시작해서 예고를 다녔고 음대를 졸업했다.
고 3까지 꿈은 음악가였다. 10년 넘게 그 꿈을 꾸었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다 대학을 다니며 나를 설레게 하는 분야를 발견했다.
필수교양으로 다른 학부의 수업을 듣다가 말이다.
그래서 그 쪽으로 다른 수업도 들었다.
미국으로 음악캠프를 가고 계절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영어가 많이 늘어서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도 들었다.
국제학부 전공수업에 들어가서는 기가 팍 죽기는 했지만 :-)
애들이 어쩜 영어를 저렇게 원어민처럼 잘 하는지!
아무튼 나를 설레게 하는 분야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몰랐다.
나는 오랫동안 음악을 했고, 내 주변에는 모두 음악을 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복수전공을 해야하는지 고민했지만 졸업이 가까워오고 있었고
다른 전공으로 석사를 하자니 음악대학 졸업으로 갈 수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나 스스로 내가 새로운 전공을 공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악기를 하며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그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고등학교 공부.
그렇게 졸업을 했고 반 년 정도 일을 하다 독일로 오게 되었다.
1년 동안 어학을 배우며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에 늦은 것은 아닌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독일 어학 시험을 끝낸 후, 유럽 여행을 오신 부모님께 나의 계획을 말씀드렸다.
프리젠테이션처럼 간단 명료하게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을 알려드렸다.
부모님께서는 나의 결정을 신뢰한다고 하셨다.
이제 나의 두 번째 학사가 거의 끝나간다.
처음 독일에서 대학을 시작할 때엔 학사를 또 하는 것이 시간낭비가 아닌지 고민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보면 참 잘한 결정이다.
(고생을 엄청 하기는 했지만...)
독일어를 제대로 배웠고
전공 기초를 아주 탄탄히 다졌고 (독일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공부를 많이 해야했다. 120% 시험공부를 해야 70%정도 결과가 나온다.)
학생 조교로 일하게 되었다.
또 독일 NGO를 통해 과테말라에서 인턴도 하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분야로 석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많이 성장했다.
100% 나의 결정으로 공부하게 된 전공이다보니, 책임감 같은 것이 있었다.
부모님이 기대했던 것이 아닌 것을 하려고 보니 책임감이 생겨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다.
또 나를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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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전에 쓴 글이다. 마무리를 못 하고 비공개 글로 저장했다.
2020년 9월 8일인 오늘 공개글로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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