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0일 토요일 저녁
오늘 아침 아버지와 통화했다.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내가 부모님 댁으로 보낸 법정 스님 법문집을 읽고 소감을 말씀해주셨다. 나는 통화 마지막에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버스 사고 후 지난 2년 동안 내가 계획한 만큼 학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아빠에게 모든 걸 다 말하지 않았지만, 버스 사고 초반에는 책상에 5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사고 덕분에 건강을 챙기게 되었고 지금은 정말로 건강해졌다고 말씀드렸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공부도 더 즐겁게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냐고. 잘하고 있다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까 건강을 항상 먼저 생각하라고 하셨다.
산책을 하며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떠올려보았다.
40세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네 속도에 맞게 천천히 하렴
50세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정말 아름다울 때야
60세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젊은 시절 타지에서 적응하며 사느라 고생이 많아
너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어
겁 먹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너를 찾아가길 바라
70세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젊을 때부터 건강을 챙겨주어 고마워
70세의 나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
현재의 너는 나보다 두 배의 날을 살겠지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누구든 만날 수 있어
가슴에 품은 일을 모두 해봐
용기 있게 사랑해봐
오늘 산책을 하며 정말 많은 메모를 남겼다. 이곳에 쓰기 쑥스러운 내용도 많아서 모두 옮기지는 못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지 모른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아직 젊어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한다. 가슴에 품은 일을 하고 용기 있게 사랑하라고.
산책을 다녀오니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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