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9일 밤 9시 30분
기숙사 1층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 열쇠로 아무리 열어봐도 열리지 않았다. 내가 사는 WG(셰어하우스)에 초인종을 눌렀다. 독일어로 "나 Zugang이야. 1층 문이 잠겨있네" 말하니 후안이 "응? 뭐라고?" 영어로 답한다. 앗 후안이었구나. 페루 사람인 후안은 나와 함께 사는 다섯 명 중 유일하게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다. 나는 후안에게 영어로 상황을 설명했다. 후안이 말하길 자신도 며칠 전 문이 안 열렸다며 열쇠를 여러 번 넣고 돌려보라고 말했다.
열쇠를 넣었다 돌리기를 반복했다. 이거 왜 안 되지? 생각이 들 무렵 오늘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천천히 해.'
평소 마음이 조금 급한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바쁠 이유 없잖아. 날씨도 춥지 않고. 문이 계속 안 열리면 후안이 내려오지 않겠어?'
다시 천천히 열쇠를 넣어 돌려보았다. 역시 안 됐다. 핸드폰에서 음악을 틀었다. 성시경 <태양계>와 유재석·이적의 <말하는대로>를 들으며 30번은 더 열쇠를 넣다 뺐다 했을 때 문이 열렸다. 와! 환호를 질렀다.
오늘 산책을 기록해본다. 오후 4시 넘어 낮잠을 잤다. 느지막이 일어나 글을 쓴 후 산책을 하러 갔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날이 밝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예쁜 벚꽃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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