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일에 온 지 5년이 되었고
동생은 독일에 온 지 2달이 되었다.
한국에서 2년 대학다니다 군대 다녀와서, 신나게 놀다가 복학할 줄 알았던 동생.
제대하자마자 서울에서 3개월 빡세게 독일어학원 다니다 독일로 날아왔다.
내가 독일로 오고 나서 막연히 자신도 독일로 가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선 그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고.
말기 병장을 지내며 민간인이 되면 무엇을 할 지 리스트를 적었다는 동생.
일단은 신나게 놀고 기타 배우기, 친구들 만나기, 여행하기 등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부모님과 대화를 하고
독일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민간인이 되면 해야지 하고 만들어 놓았던 리스트는 뒤로 한 채
독일어학원을 3개월 다니고 바로 독일로 날아왔다.
모토는 동생에게 잔소리하지 않기.
아무래도 내가 5년 전에 했던 같은 생활을 동생이 하고 있으니,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웠던 것을 모두 다 알려주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생이 그런 과정을 겪을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
스스로 고민하며 얻은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동생이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
물론 중요한 것은 미리 알려주었다.
동생이 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외국인청, 어학원 레벨 테스트 볼 위치, 도서관 위치를 알려주었고
어학원 수업 방식, 시험 준비 등 미리 귀뜸해 주었다.
내가 먼저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동생은 편하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다.
굳이 물어보지 않는 것도 다 이야기해준다.
나도 아빠와 통화할때면 소소한 일상생활까지 이야기한다.
아빠가 잔소리를 안 하셔서 그런가?
독일에서 나는 동생에게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누나가 되고 싶다. 내게 아빠같은 존재로.
그래야 동생이 기쁜 일이든 힘든 일이든 먼저 이야기하게 되니까!
어릴 때는 종종 다투던 남매였지만 이곳에서는 서로가 의지할 수 있길!
+
(출처 - 혜민스님 책)
잔소리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보려고 문에 붙여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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