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동생이 놀러왔다.
아침 8시에 출발해 5시간 버스타고 왔다, 기쁜 소식과 함께!
작년 4월 독일에 와서 어학원에 다니게 된 동생은
이번 4월부터 대학에 다니게 되었다.
언어시험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단 대학에 자리를 받았으니 마음이 놓인다.
독일어 공부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대학 지원하는 것도 참 여려웠을 텐데 (독일어B2를 막 끝낸 수준에서 대학 원서 준비하기가 쉽지 않으니)
여기까지 잘 해온 동생이 대견하다.
동생이 독일로 오기 전부터 원서를 쓰기까지 신경쓸 일이 많았다.
동생 어학원 등록하기, 집 계약하기, 원하는 학과가 있는 대학 찾기, 여름 학기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 찾기, 원서 쓰기,
입학처로부터 온 이메일 확인하고 빠진 원서 보내기, 질문하기 (이메일, 전화) 등.
동생 대학 지원 과정이 나와는 달라서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것 하기도 바쁜데 동생 챙겨주려니 벅찰 때도 있었다.
시험 준비와 소논문 쓰는 것은 항상 어려우니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았다.
동생이 와서 든든했다.
독일 하늘 아래 가족이 있어서 :-)
외국인으로 혼자 타지에 있지 않으니까!
독일의 문화 속으로 들어올 수록
좋은 독일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그들의 따뜻한 가족을 알게될수록
'내게도 이런 가족이 있는데' 생각이 들었다.
(오래 독일에 있으면 공감할 내용.)
또 동생을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나와 동생은 나이차가 많고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른 지역에서 다녀서
동생과 함께 한 시간이 적다.
동생에게 엄마아빠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함께 살지 않아 몰랐던 엄마아빠 이야기 - 부모님의 갱년기 등.
엄마한테 혼났던 추억을 말하며 깔깔 웃기도 했다.
엄마아빠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자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신 것에 대해.
동생을 챙기면서 보니까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해야하고 이때는 무엇을 해야하고' 이런 것들이 딱 보였다.
나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동생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게.
예를 들어 나는 어학원에서 C1까지 수업을 듣고 어학 시험(DSH)을 본 다음 대학에 등록을 했다.
알고 보니 어학 시험을 보기 전에 B2 증명서가 있으면 대학 지원이 되더라. 그리고 입학허가증을 받은 후 DSH를 시험볼 수 있다.
동생은 그렇게 해서 나보다 한 학기를 빨리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대학을 빨리 들어가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조금 늦게 들어가더라도 독일어를 잘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나는 대학 지원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1년 독일어 공부하고 갓 DSH를 본 시점에서
대학 지원 용어가 너무 어려운거다.
그래서 헤매고 미루고 잘못 이해하고...
아무튼 동생은 이런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덜 겪을 수 있게 도와줬다.
하지만 그것이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잔소리가 되면 듣기 싫으니 말이다.
아주 최소한의 도움만 주려고 했다.
동생이 스스로 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어렸을 때 엄마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나름 많이 노력을 하셨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처럼
엄마도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해주시려 하셨을 것이다.
애를 낳으면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동생 덕분에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빠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빠는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자상한 분이다. 잔소리도 안 하신다.
나도 아빠처럼 동생에게 편한 누나가 되고 싶었다.
사실은 아빠도 우리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었다는 걸... 알게 됐다 ㅎㅎ
동생이 독일에 온 후
아빠랑 전화통화하다가 알았다.
아빠도 엄청 노력하신다는 거!
엄마아빠와 함께 동생 독일 생활을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잔소리를 덜 하며 필요한 것을 알려줄 것인가 등 ㅎㅎ) 가족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 합격 소식이 동생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 듯 하다.
그동안 독일어 공부하며 조금 지쳐있었던 것이 사실.
합격 소식을 받으니 (어학시험을 위해) 독일어 공부할 맛이 날 듯!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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