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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모님과 스페인 순례길 Jakobsweg

엄마아빠와 스페인 순례자 길 - 숙소는 어떻게 하지?

by 통로- 2017. 5. 28.



스페인 순례자 길을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행 전 미리 숙소를 예약해 놓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주로 1주일 코스로 오는 사람들)

그날그날 새로운 동네에서 숙소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짐을 모두 들고 가는 사람도 있고, 짐은 먼저 차로 보내고 가볍게 걷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칼 등 시작 지점도 다르다.

















오늘은 숙소에 대한 이야기!


알베르게: 유스호스텔처럼 한 방에 여러명이 자는 형태.

펜션: 주로 2인실로 알베르게보다 시설이 좋다.

호텔: 가장 좋은 숙소! 펜션보다 시설이 좋고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여행가기 전 엄마아빠와 전화 통화 중

"엄마아빠 우리 진짜 순례자처럼 알베르게서 머무는 건 어때요?"


문제 없으시단다!

엄마아빠 연세(50대 후반, 60대 초반) 때문에 2인실 펜션이나 호텔만 원하시는 건 아닌가 생각했던 내 예상이 빗나갔다.

너무나 흔쾌히 알베르게로 가자고 하신다.












첫 숙소, 사리아의 알바르게















9명이 한 방에 자는 곳이다. 

알베르게 주인이 방을 보여주면서 아침에 일찍 나갈 때는 조용히 나가주라고 부탁한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내일 아침을 계획한다.


1. 미리 등산복을 입고 자기: 일어나자 마자 바로 나갈 수 있게.

2. 세면 도구는 미리 가방에서 꺼내두기: 가방 뒤적이지 않고 바로 씻으러 갈 수 있도록.

3. 가방 미리 싸두기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우리는 잠에 들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새벽 다섯 시 엄마가 일어나셨다. 

최대한 조용히 화장실로 가신다.

엄마는 한국에서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신다. 

변비가 조금 있으신데 새벽 5시에 가셔야 일을 시원하게 보신다고...

일을 마친 엄마는 세면도구를 가지러 방에 들어오신다.

그 때 방문을 열고 닫으며 복도의 불이 다른 사람들 잠을 방해한다.


준비를 끝내신 엄마는 우리를 조용히 깨우신다.

나와 아빠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준비한다.

화장실 문 몇 번 닫았는데 말도 최대한 조용히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오시네..

시끄럽다고 다른 사람들이 잠을 잘 못 잔다고 주의하신다.

꼭 이렇게 일찍 준비해야하는지도 물으신다. (시간은 새벽 5시 30분...)


우리는 최대한 조용히하려고 했지만

남들에게 방해가 되었다는 주인아주머니 말씀도 이해가 되었다.


1. 우리 가족은 너무 아침형 인간이다. 특히 엄마는 꼭 5시에 일어나셔야 함. -> 남들 자는데 방해가 됨.

2. 세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말을 하게 된다. -> 조용히 말해도 남들에겐 방해가 됨.

















이러한 이유로 "다른 순례자들의 수면을 위해" 엄마아빠는 2인실에 머물기로 했다.

나는 순례자처럼 하고 싶어 일반 다인실에서 자기로 하고.


















남들에게 피해준다는 걱정이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시는 부모님의 가벼운 발걸음


사실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부모님께 알베르게는 조금 무리였던 것 같다.

진짜 순례자처럼 다인실에 머물며 순례자 길을 걷는 엄마아빠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덕분에 엄마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을 보러 가실 수 있었다.


건강하게 순례자 길 완주!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