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내 방 이야기

2016. 4. 6. 07:49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반나절 옷장 조립을 했다.


옷장을 사기로 한 것도 큰 결정이었고

이케아 가서 직접 보고 결제하고 배달까지 시킨 것도 큰 일 하나 했다 생각했는데

옷장 조립은 진짜 아주 큰 일이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가격도 저렴하고

옷 넣을 공간도 넉넉한 이케아 BRUSALI 옷장


조립이 이렇게 어려울 지 몰랐다.

다행히 도와줄 친구가 있어 끝을 낼 수 있었다.

나보다 일을 훨씬 더 많이 했던 친구, 고마워!















엄청난 나사와 조립 도우미(?)들을 분류하고

조립시작!


어제 옷장이 배달 왔을 때만해도 

'이제 내 방에도 옷장이 생기는구나!'

벽에 기대어 있던 길고 탄탄한 포장박스를 보며 

하루종일 설렜다지.


오늘 박스를 뜯으며

이 나사들을 보는데

'옷장이 저렴하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어..

아 이거 진짜 장난아니겠구나.'


친구랑 나는 처음부터 겁을 먹었다.





















망치가 없어

기숙사 페이스북 그룹에


'나 지금 옷장 조립하는데 망치가 없어요.

누구 빌려 줄 사람 있나요?'


Hallo zusammen :-)

hat jemand einen Hammer? 

Gerade baue ich meinen Kleiderschrank, 

hab aber keinen Hammer zu Hause.



105호 이웃에게 망치를 빌려와 열심히 못 박았다.

처음에는 오래 걸리던 못박기가 

10개 째 부터는 속도가 붙더니 수월해졌다 :-)

옷장 뒷면 아름답게 박힌 못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사실 나의 기숙사 첫번째 조건은 가구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1년을 기다리고도 가구 있는 방은 받지 못했고 

신축 기숙사가 지어진다는 소식에 바로 등록을 했다.


기숙사 사무실에서 도면을 보여주며 

'가구가 없는데 괜찮겠어요?'

'네, 제가 살 방 하나만 있으면 돼요.'


뭐 매트리스 하나에 책상 하나 놓고 시작하면 되겠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내 방은 텅 비어있었다.


처음 두 달간은 친구에게 빌린 Luftmatratze에서 잠을 청했다.


옆 방 친구들은 이사와 동시에 완벽하게 방이 세팅되었다.

부모님들께서 가구를 가지고 오셔서 만들어주시고

한 친구는 무려 전자피아노까지.


서럽기도 했었다.


특히 옆 방 안토니아가 이사오던 날

안토니아 부모님을 보니 우리 엄마아빠 생각이 너무 나는거다.

우리 부모님도 가까이 계셨다면

 다 도와주셨을 텐데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지는 않았을텐데

매일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가구 찾아보지 않아도 될텐데..


새벽 6시인 한국에 전화를 걸어

(독일은 저녁시간)

방금 눈을 뜬 엄마께

울먹거리며


'엄마.. 오늘 안토니아 부모님이 왔다가셨어.

가구 만드는 거 도와주시고 가시는데

엄마아빠 생각이 너무 나는 거 있지.

나도 엄마아빠가 옆에 계셨다면 

침대, 옷장, 책상 이런 거 벌써 다 갖춰두고 있었을텐데'


뭐가 그리 부러워보이고 서러웠는지 엉엉 울었다.

초등학생처럼.


엄마가 하시는 말


'나이가 몇인데 그거 때문에 울고 그래'


우리엄마 좀 시크하시다


'엄마 이거는 나이랑 상관이 없어.

그냥 막 서러웠단 말이야..'



















한 달 두 달이 지나며

이베이에서 중고로 책상, 의자 사고 
























메트리스 기증(?)받고 

누구나 다 갖고 있다는 이케아 Kallax도 사고















괴팅엔 가족의 독일아빠가 학생 때 쓰셨다는

40년 쯤 된 레트로 스타일 서랍장도 선물받았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멋진 레트로 스타일인데

요즘 독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지

오랫동안 창고에 외로이 있던 서랍장.













가족, 친구들 사진을 모아 

코르크판에 붙이고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만의 아늑한 방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내 방에 새로 온 옷장 BRUSALI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옷장 조립 한 건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가구 없던 시절 불편함, 서러움에 비하면 :-)





중고 사이트에서 산 가구,

기증 받은 가구,

40년 손 때 묻은 가구

그리고 새로 온 옷장까지




이제 좀 사람사는 느낌이 나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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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침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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