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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오래된 핸드폰

by 통로- 2018. 1. 22.



오래된 핸드폰이 있다.

6년이 넘었으니까 할머니 스마트폰이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나인데 핸드폰은 참 오래썼다.


첫 핸드폰도 4년 넘게 사용했고 그 다음 핸드폰도 4년을 썼다.


핸드폰을 이렇게 오래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물건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특별히 아껴쓰는 습관이 있어서도 아니다.


잃어버릴 때마다 핸드폰이 내게 돌아왔다.


참 많이도 잃어버렸다.

고속버스터미널 매점에 두고 온 핸드폰이 다시 가보니 그 자리에 있었다.

음악회 끝나고 좌석에 두고 나왔는데 어떤 사람이 핸드폰을 발견해 전화를 해줘 찾은 적도 있다.


6년 넘게 쓰고 있는 이 핸드폰은 스페인 순례자길에서 잃어버렸었다.

아빠와 10km를 되돌아가 땅만 보며 걸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다음날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서 기뻐하고 있을 때 어떤 스페인 사람이 다가와 핸드폰을 줬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엄마아빠 사진을 보고 내 것이라 생각했단다.

우리가 순례자길을 걷는 유일한 동양인 가족이라 바로 찾았나보다.


6년이 넘어가지만 전화 잘 되고 문자 잘 보내지고 인터넷 서핑도 잘 된다.

사진까지 잘 찍히니 나무랄데가 없다.

밧데리는 빨리 닳지만 매일 아침 충전하면 되니 괜찮다.



추억이 많은 핸드폰이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써보려고 한다 :-)




* 첫번째 사진: 핸드폰 배경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