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핸드폰이 있다.
6년이 넘었으니까 할머니 스마트폰이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나인데 핸드폰은 참 오래썼다.
첫 핸드폰도 4년 넘게 사용했고 그 다음 핸드폰도 4년을 썼다.
핸드폰을 이렇게 오래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물건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특별히 아껴쓰는 습관이 있어서도 아니다.
잃어버릴 때마다 핸드폰이 내게 돌아왔다.
참 많이도 잃어버렸다.
고속버스터미널 매점에 두고 온 핸드폰이 다시 가보니 그 자리에 있었다.
음악회 끝나고 좌석에 두고 나왔는데 어떤 사람이 핸드폰을 발견해 전화를 해줘 찾은 적도 있다.
6년 넘게 쓰고 있는 이 핸드폰은 스페인 순례자길에서 잃어버렸었다.
아빠와 10km를 되돌아가 땅만 보며 걸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다음날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서 기뻐하고 있을 때 어떤 스페인 사람이 다가와 핸드폰을 줬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엄마아빠 사진을 보고 내 것이라 생각했단다.
우리가 순례자길을 걷는 유일한 동양인 가족이라 바로 찾았나보다.
6년이 넘어가지만 전화 잘 되고 문자 잘 보내지고 인터넷 서핑도 잘 된다.
사진까지 잘 찍히니 나무랄데가 없다.
밧데리는 빨리 닳지만 매일 아침 충전하면 되니 괜찮다.
추억이 많은 핸드폰이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써보려고 한다 :-)
* 첫번째 사진: 핸드폰 배경화면.
'일상 Alltag > 하루하루가 모여 heu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집에 놀러 온 야코 (0) | 2018.03.08 |
---|---|
김치가 먹고 싶다 (0) | 2018.02.07 |
2017년의 블로그 이야기 (0) | 2018.01.14 |
한 겨울 밤의 꿈 (0) | 2018.01.07 |
문화예술교육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콘퍼런스에 참가하다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