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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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못 쓴다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저녁 베를린 노트북을 일주일째 못 쓰고 있다. 포럼에서 노트북 충전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숙소였던 호텔에 물어보았고 포럼 장소였던 연방 국회 건물에도 문의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포럼 담당자가 포럼이 열렸던 회의실에 직접 가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단다. 나는 노트북 충전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내게 일주일 시간을 주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찾아보고 안 되면 사기로 했다. 충전기를 잃어버렸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충전기에 내 연락처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려서 물건에 이름을 써둔다. 하지만 노트북 충전기에는 연락처 스티커를 붙여두지 않았다. 정품으로 맥북 충전기를 다시 사려면 사면 10만원 정도 할 것이다. 예상 못한 지출이라 마..
2022.11.13 -
목요일 - 아무것도 안 하는 날,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
2022년 10월 9일 목요일 베를린 일요일에 포럼이 끝나고 월, 화, 수 연속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과 일정이 있었다. 오늘은 꼭 쉬기로 했다. 목요일은 쉬는 날로! :)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감을 깎아서 먹었다. 점심으로는 어제 사온 초밥 롤과 P 선생님께 선물 받은 김치를 먹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오후에는 유튜브에서 ‘강형욱의 캐스트 쇼’를 보고 있다. 가수 크러쉬와 함께 사는 강아지 두부와 로즈가 나온다. 창밖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다닌다. 행복한 순간이다. ——- 맛있는 김치를 선물해주신 P 선생님 이야기 어제는 베를린 한국독립영화제에 다녀왔다. 지난달 베를린을 걸으며 바빌론(Babylon)이라는 멋진 영화관을 발견했다. 꼭 영화를 보러 오기로 생각하고는 잊고 있었다. 지난..
2022.11.11 -
느린 사람 - 나답게 살기
2022년 10월 19일 저녁 베를린 나는 느리다. 무엇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느리다고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고심하여 내린 결정은 후회가 적다. 느리게 배우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인 덕분에 진짜 내 것이 된다. 빠른 성장이 미덕인 사회에서 나는 내 느린 속도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느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도 참 괜찮으니까. 느리게 가면 좋은 점이 많다. 쉬엄쉬엄 가다 보면 꾸준히 갈 수 있다. 하늘을 보고 꽃을 보고 귀여운 아기 참새도 보며 걸으니 웃을 일이 많다. 결정을 내릴 때 충분히 생각하니 내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내가 느리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내 사정을 설..
2022.10.20 -
묘하게 편안한 구석이 있다 (feat. 브람스 자장가)
2022년 9월 7일 수요일 저녁 베를린 브람스 자장가 Brahms - Wiegenlied 늦은 오후에 방을 정리하고 빨래를 분류하고 바닥을 쓸고 닦았다. 점심을 먹은 후 쌓인 설거짓거리를 하고 나니 잠이 솔솔 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푹 자고 눈을 떴다. 밴드 앱 ‚플레이리스트 만들기‘에 올라온 글과 음악을 보았다. 오늘 무슨 노래를 들을까 핸드폰을 살펴보았다. 저장해둔 노래와 연주곡을 차례로 보는데 전 남자친구가 보낸 음성녹음도 있었다. 하나씩 지웠다. 다 지우고 나니 브람스 자장가가 생각났다. 자장가를 들으니 포근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큰 뭉게구름이 보였다. 와! 세탁기를 확인하러 갔다. 옆방 사는 애가 세탁기에 넣어둔 옷을 세탁기 위 올려두고 나는 빨래를..
2022.09.08 -
나로 돌아가기 (feat.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2022년 9월 6일 화요일 오후 베를린 나로 돌아가기 어제 가수 허회경의 노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처음 들었다. 잔잔한 템포와 편안한 목소리와 위로가 되는 가사가 참 좋았다. 노래를 들으며 글을 두 편 썼다. 글에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미처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버릴 때가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내가 무엇인가 하기 싫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동기부여를 하며 그 일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태생이 여유롭고 편안한 사람이며, 길가의 꽃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해야해서 했고, 연습을 해야해서 했다. 처음에는 좋아서 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동기부여를 했고 결국 그 일을 했다. 이..
2022.09.07 -
글쓰기 근육
2022.09.05 월요일 저녁 베를린 어제는 글쓰기 모임 마감날이었다. 이번 주에는 내가 단어를 하나 선택해서 썼다. 나는 '순례길'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스페인 순례길과 베를린 순례길에 대해 썼다. 힘을 좀 풀고 썼다. 너무 꼼꼼하지 않게(나는 한 꼼꼼한다), 너무 다듬지 않고 썼다. 마지막 문단에 전체 글을 정리할 문장을 더 쓰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그냥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쓰고 마감을 지켰다. 글쓰기 모임 2기를 시작하며 나는 약-강-약-강 템포로 글을 쓰기로 했다. 잘 지켜지고 있다. 첫 번째 마감 때는 가볍게 글을 썼고, 지난번 마감 때는 시간을 많이 들여 글을 썼고, 이번 마감 때는 비교적 시간을 덜 들인 글을 썼다. 힘을 조절하며 쓰니 글쓰기에 부담이 덜하다. 순례길에 대한 글은 블..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