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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순례길 -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일상으로
2021년 3월 20일 토요일 저녁 (22:00-00:20) 오늘은 토요일이다. 주말은 순례길을 걷는 날이다. 산책을 하러 갔다가 순례길을 걷고 왔다. 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순례길을 짧게 소개해본다. 2020년 7월 나는 학업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혼자 시무룩하게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걷기 시작했다. 항상 다시 가보고 싶었던 순례길을 집 앞에서 시작했다. 5개월 동안 주말마다 걸었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과제를 했다. 주말 아침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그 전날 혹은 전주에 도착한 도시에서 순례길을 시작했다. 하루에 5-20km 걷고 싶은 만큼 걸었다. 11월이 되자 날이 추워져 순례길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였다. 11월 말에는 시작 도시가 너무 멀어졌다. 도착 도시까지 2-3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
2021.03.21 -
학생으로서 하루 시작!
2021년 3월 18일 오전 11시 10분, 생일 하루 전 스터디에 조금 늦게 들어왔다. 우리는 아침과 오후에 Zoom에서 만나 각자 공부한다. 25분 공부하고 5분 쉰다. 25분씩 여섯 번 공부하면 한 세션이 끝난다. 아침에 공부 계획을 공유하고, 중간에 15분 쉬고 마지막에는 공부가 어땠는지 이야기하니까 3시간 반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일정이나 사정이 있는 사람은 늦게 들어와도 괜찮다. 나는 오늘 중간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타이머를 보니 5분이 남아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니 아이들이 한 명씩 카메라와 마이크를 켠다. Pause! Eine lange Pause! 내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미쳐 못 켜고 있을 때 라그나(Ragna)가 나에게 말한다. Hallo, Zugang! 라그나의..
2021.03.18 -
클럽하우스 독일 순례길 모임 - 순례길 다큐, 스위스 독일어, 지도와 앱
2021년 3월 17일 저녁 베를린 클럽하우스에 독일어로 진행되는 순례길 모임이 있다. S와 P가 정기적으로 여는 방이다. 오늘 방에 들어온 B의 프로필을 보니 유튜브 영상 소개가 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순례길 검색을 하며 발견했던 영상이었다. 오! 유튜버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다니! 독일 순례길 모임(Stammtisch)에서는 주로 정보를 공유한다. 코로나 이후 순례길 알베르게가 열렸는지, 갈리시아 여행 정보는 어떤지. 3주 전 처음으로 독일 순례길 모임에 참가했을 때 나는 긴장을 했다. 각 잡고 앉아서 앱을 들었다. 오늘은 침대에 앉아 블로그를 켜 놓고 편하게 듣는다. 순례길 방 대화에 집중을 안 하고 있다가 "질문이 뭐였지?" 묻는 여유도 생겼다. 오늘 모임에는 스위스 사람이 둘이나 들어와 스위스 ..
2021.03.18 -
함께 사는 쑥스러움 - 사는 게 뭐 다 그런 거지
2021년 3월 17일 저녁 함께 사는 쑥스러움 - 사는 게 뭐 다 그런 거지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오후까지 잠옷 입고 있는 날 머리 감기를 미루다 조금 기름진 머리로 부엌에서 요리하는 날 핑크 잠옷 바지, 하늘색 티셔츠와 회색 후드티 조화가 맞지 않는 날 오늘 내가 그랬다 부엌에서 요리하다 Alex를 만났고 부엌에서 요리하는 나에게 Miguel이 들어와 인사를 한다 복도에서 우리 집에 놀러 온 Ginna를 만났다 Ginna는 온라인 동아리 워크숍에서 한 번 봤던 친구다 반가움을 참지 못한 나는 Ginna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문득 든 생각 '머리는 떡졌고 옷은 잠옷에 손에는 저녁밥을 들고 있네' 왠지 민망해져서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내 머리 신경 안 쓰고 아무도 내 패션 신경 안..
2021.03.18 -
하루를 비추는 빛줄기 같은 글 - 신민경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2021년 3월 16일 화요일 오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책을 보다가 몇 번이나 울었다. 오늘 읽었던 소제목 글: 노란색 라이언 비닐 봉투 이야기신께 드리는 당부 말씀내 장례식에 못 올 가능성이 큰 당신에게스물세 살에 피웠던 꽃다음 생에 잘 하고 싶은 일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지난주 통계학 시험을 보고 한 번 울었다. 6개월 만의 눈물이었다. 이번 주에 두 번이나 울었다. 그녀의 책을 사기로 마음먹은 후이다. 새벽에 일어나 문득 그녀의 책이 떠올라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녀의 책 출판자가 쓴 글을 보고 울었다. 어두운 새벽, 침대에서 울었다. 오늘 그녀의 책을 다시 펼쳤다. 그녀의 책이 유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내가 본 챕터 글이 너무 슬펐는지, 나는..
2021.03.16 -
사랑하는 엄마
2021년 3월 14일 일요일 아침 베를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2년 전 이맘때 버스에서 사고가 났다. 당시 내 삶은 바쁘게 흘러가야 했다. 기한 내에 학사 논문을 제출해야 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꼬리뼈와 허리를 다쳤지만 큰 사고는 아니었다. 꼬리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타박상일 뿐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하지만 나는 학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책상에 10분만 앉아있어도 꼬리뼈와 허리가 아팠다.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인 나는 앉아있을 수 없자 실망했다. 앉아서 30분, 서서 30분 자세를 바꿔가며 공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이 빨리 피곤해졌다. 시간이 생겼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음은 해야할 일로 바빴지만 몸이..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