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Alltag/가족 Familie(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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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텃밭
가족 카톡에 오이 사진이 올라왔다. 아빠의 작품이라며, 엄마가 미소 이모티콘과 함께 보내신 것. 우리집 앞에는 아빠가 가꾸시는 작은 텃밭이 있다. 가끔 아빠께 전화하면 텃밭에 있다며, 통화를 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어릴 적에도 아빠는 식물들을 정성스레 돌보셨다. 한 번은 꽃집에서 가서 나는 털복숭이 선인장, 언니는 자줏빛 꽃을 피우는 식물을 사왔다. 우리는 몇 번 물을 주고 말았고 그 이후로는 아빠가 키우셨다. 털복숭이 선인장은 꽤 오랫동안 살았다. 자줏빛 꽃도 해마다 예쁜 꽃을 피웠다. 한국에 살 때 엄마아빠가 수확한 상추를 한 가득 받곤 했다. 마트에서 산 상추와 달리, 엄마아빠가 키운 상추에는 벌레(작은 곤충)가 있었다. 벌레가 무서워 상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엄마아빠가 키운..
2020.06.12 -
어버이날 :: 엄마 아빠께 보내는 편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엄마 아빠께 보내는 편지 엄마 아빠! 어버이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일찍 도착했죠? 4월 중반부터 구상하고, 인터넷 검색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얻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 편지를 씁니다. 엄마 아빠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엄마 아빠의 일상을 떠올립니다. 저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않으니 가족 카톡방과 가족 여행을 참고했지요. 엄마의 선물로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준비했습니다. 엄마는 몇 달 전 대학원생이 되셨지요. 대학원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노트나 펜, 파일 등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가 거북목으로 열심히 사진 편집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열정적으로 사진 작..
2020.05.08 -
엄마 사진에 글 넣기 - 데미안
Berlin am Samstagabend, 25. April 2020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사진. 내가 3년 동안 조교로 일하던 악기 박물관 입구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엄마 사진에 헤르만 헤세 의 한 문장을 넣어보았다."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Das Leben jedes Menschen ist ein Weg zu sich selber hin, der Versuch eines Weges, die Andeutung eines Pfades." 감성적인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엽서 같은 딱딱한 느낌이 되었다. 처음이니까 뭐! 시도해보았다는데 의의를 둔다. 엄마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2012년: 손자 사진 찍으며 할머니 사진가로 사진에 입문2015년: 스페인 ..
2020.04.26 -
일요일 12시 미사 - 나의 신앙과 할머니
2020년 2월 2일 일요일 오후 베를린 신앙 신앙은 나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공기처럼 당연해서 잊고 살기도 한다. 미사를 빼먹는 날도 있다. 하지만 삶의 크고 작은 중요한 순간에 나는 항상 기도를 드린다. 크고 중요한 순간이란 고등학교 입시, 대학 입시, 독일어 시험, 논문이 있다. 작고 중요한 순간은 짝사랑하는 친구랑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 썸을 타는 친구와 사귀는 게 좋을지 여쭈어보는 기도가 있다. 일요일 12시 미사에 다녀왔다. 이번주 목요일은 성당 합창단 연습에 갔고 금요일 저녁에는 떼제 모임도 갔으니 미사는 가지 말까? 생각이 들었지만 가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은 고요한 곳에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논문 쓸 때 힘을 얻고 위안을 얻은 곳도 미사였다. 논문을 잘 끝냈..
2020.02.02 -
가족 여행 - 응아해?
2020년 1월 18일 토요일 저녁 베를린 "응아해?" 베를린 집에 도착한 엄마는 춥다고 하셨다. 독일집이 원래 춥다. 게다가 우리집은 오래된 건물이라 더 춥다. 엄마는 따뜻한 전기 담요가 켜진 내 침대에서 골아 떨어지셨다. 나와 아빠와 동생은, 비행 이야기와 아빠가 요즘 읽으신 그리스 신화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나만 빼고. 잠이 안 오더라. 이미 잠 잘 시간을 훨씬 넘겼기 때문이다. 내 침대가 아니라서인지 잠이 안 오더라. 새벽 2시가 다 되어갔다. 엄마 화장실 가시는 소리가 들렸다. 30분 지났을까? 아빠가 방에서 나오신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화장실 앞에서 엄마 이름을 부르는 아빠. 아빠: 이△ △(엄마 이름)!엄마: 응아빠: 응~ 응아해? 하하하! 응아라니! 아빠의 단어 선택이 너무 귀..
2020.01.19 -
가족 여행 - 너 어떻게 이렇게 핸썸해졌어?
2020년 1월 18일 토요일 저녁 베를린 "너 어떻게 이렇게 핸썸해졌어?" 2019년 크리스마스 날이다. 오늘 저녁에는 부모님이 베를린에 도착하신다. 독일 남부에서 공부하는 동생은 몇 시간 먼저 베를린에 도착했다. 동생이 낮잠 자는 동안 나는 바쁘게 집안 청소를 했다. 어제 미처 끝내지 못한 화장실 청소를 마무리했다. 콩닥콩닥! 엄마아빠를 만나러 가는 길. 설렌다! 동생과 함께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했다. 엄마아빠가 나오실 입구에서 기다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비행기가 지금 막 베를린에 도착했다고 전광판에 떴다. 도착 승객이 나오는 곳 유리 넘어 아빠가 보였다. 손 흔들며 인사를 했다. 아빠도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아직 짐이 도착하지 않았단다. 도착 승객이 나오는 자동문 앞에..
202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