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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하루 - 식구, 일상적인 대화, 엄마가 숨겨놓은 도토리 옷
2021년 6월 15일 밤 11시 40분 우리집 하루를 여유롭게 보낸 날이다. 어제 수업이 새벽 1시에 끝났다. 새벽 1시 반에 잠이 들었고 평소처럼 5시 반 즈음 눈이 떠졌다. 새벽 6시에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근력운동을 했다. 조금 수다를 떨다가 다시 잠들었다. 11시 즈음 일어나 침대에서 아침 요가를 했다. 거실로 나가 부모님께 아침 인사를 드리고 명상, 저녁 요가, 확언 명상을 했다. 소파에 앉아계시던 엄마가 물었다. "영상에서 요가 동작을 설명해주는 거니?" 독일어 요가 영상을 틀어놓으니 엄마가 궁금하셨나 보다. 확언 명상까지 마치고 독일어 기도문을 읽었다.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삑삑삑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텃밭일을 하시던 아빠가 돌아오셨다. 우리는 엄마가 미리 준비해..
2021.06.16 -
한국에 온 지 한달 - 자가격리, 구호식품, 격리 해제 후 부모님 댁으로, 텃밭
2021년 6월 11일 오전 한국 따뜻한 오후 해가 나는 날 베란다에 빨래를 말리며 한국에 왔다는 걸 실감한다. 한국에 와서 2주 자가격리를 하며 머물렀던 곳은 내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익숙한 부모님 집도 아니었고 내가 자고 나란 도시도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의 반찬과 아빠가 청소해놓으신 깨끗한 집을 보며 부모님의 사랑을 느꼈다.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참 잘 챙겨 먹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고 엄마의 건강한 밑반찬과 아빠가 가꾸신 텃밭 상추를 매끼 먹었다.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돼가는 지금도 비슷한 조합으로 식사를 한다. 질리지 않는다. 매번 먹어도 맛있다. 베란다 창을 청소했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토요일에는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가했다.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거의 매..
2021.06.11 -
자가격리 해제 하루 전 - 가족, 친구, 한국, 나
한국에 온 지 14일이 되었다. 오늘은 자가격리 마지막 밤이다. 오늘 아침에 받았던 코로나 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오면 내일 낮 12시부터 나는 자유다. 14일 자가격리를 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겠다. 자가격리를 시작할 때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작년에 독일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동생이 자가격리를 했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렇게 힘들게 들리지 않았다. 몇 달 전 자가격리를 했던 친구 이야기도 괜찮게 느껴졌다. 나의 자가격리도 힘들지는 않았다. 나를 돌아보고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내 삶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아픈 곳 없이 14일을 보낸 것은 참 기쁜 일이었다. 14일 동안 나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살..
2021.05.21 -
베를린 순례길 - 아, 나 책 쓴다고 했었지! 부랴부랴 8편의 글을 모았다
2021년 4월 30일 금요일 저녁 4월의 마지막 날 금요일인 오늘 베를린 순례길을 걸었다. 평소에는 주말에 순례길을 걷는다. 어제부터 주중에도 걷기 시작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을 때는 걷는 게 최고다. 순례길을 걸으면 내 인생의 방향을 떠올리게 된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려놓을 것은 무엇인지. 나는 9개월 전 매뉴얼을 만들어놓았다. 고민이 있거나 실패를 했을 때 무조건 순례길로 오기로. 순례길이라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 집 앞에서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길이다. 오늘은 작년에 순례길에서 녹음했던 일기를 들으며 걸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그때도 했더라. 고민의 성격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오늘 나의 결론은 '고민할 수 있어 좋다. 베를린 순례길을 처음 걸었..
2021.05.01 -
책 쓰기 -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2021년 3월 28일 나는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 재능 덕분에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단점도 있지만 더 큰 장점이 있다. 삶의 여정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겁게 그 길을 간다는 것. 지난주에 책을 쓰는 모임에 등록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2021년 4월 1일부터 5개월 동안 매주 두 편씩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을 완성할 계획이다. 책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지난 5년간의 내적 성장기이다. 순례길을 처음 걸었던 2015년과 두 번째로 길을 시작한 2020년 사이 이야기이다. 5년 동안 내 삶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내 안의 반짝이는 별들을 발견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나의 길을 담담..
2021.05.01 -
베를린 순례길 :: 또 다시 실패할 나에게 - 9개월 전 편지
2021년 4월 29일 목요일 순례길 걸은 시간: 11-17시 오늘 베를린 순례길을 걸었다. 아침 루틴을 할 때 순례길에 가야할 것 같았다. 마침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어머니와 통화하고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배낭 없이 가볍게 나왔다. 열쇠, 마스크, 핸드폰, 장갑, 모자, 목도리, 작은 우산만 챙겼다. 작년 11월에 이사 온 집에서 작년 7월에 시작한 순례길 시작점까지 걸었다. 9개월 전의 나를 만났다. 실패에 마음 아파 그 길을 시작했던 9개월 전의 내가. 순례길을 걸으며 내가 그동안 순례길에서 남긴 음성 메모를 들었다. 그중 하나가 '또다시 실패할 나에게'였다. 9개월 전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였다. 오늘의 나에게. 9개월 전 나는 실패에 마음이 너무 쓰라렸다. 순례길 3일 차..
202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