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 산책 말고 등산...

2016. 2. 27. 10:17어느 날/과테말라 음악교육 인턴 Guatemala


25.2.2016




난 산책인 줄 알았는데...











스페인어학원 선생님이 

목요일마다 신부님 두 분과 산책을 간다며

같이 갈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Si :D
















그렇게 산책인 줄 알고 가게된 등산.

독일 친구 Mareike, 어학원 선생님 Oscar(동갑이라 친구같음), 신부님 두 분 이렇게 5명이서 출발!


처음 신부님 두 분과 어학원 선생님 복장을 봤을 때엔

정말 동네 산책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다보니까 자꾸 오르막이 나오고 나무가 많이 보이고 숨이 가빠지는거다...


산책이 아니라 등반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4시간, 12km를 걸었다.

오르막이 엄청 많았다.

Oscar가 이제 오르막 길이 끝이라고 했는데

자꾸 또 오르막이 나왔다...

* 진짜 제대로 된 오르막 길 사진은 없다.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으니까




San Juan Comolapa 성당에 계신 이 두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목요일마다 등산을 하신지 9년이 되었단다.

평상복에 평범한 운동화를 신으시고 이 오르막 길을 목요일마다 걸어오셨단다.


목적지는 산 속에 사시는 할머니 댁.

등산 가기 전 마을 마트에서 파스타 면, 컵라면, 과자, 소스, 삶은 달걀 등을 사서 할머니 댁으로 가져다 드린다.

두 신부님이 목요일마다 이 길을 가시는 이유는

팔십이 다 되신 할머니를 뵙고 말동무가 되어드리기 위해서인 듯 했다.

또 산에서는 구하기 힘든 먹을거리를 가져다 드리기도 하고.

예전에 아빠가 한 달에 한 번씩 할아버지께 소주와 과자를 사가셨던 것처럼.


할머니는 한국에서 온 내가 신기하고 반가우셨는지 미소가득한 얼굴로 여러가지 질문을 하셨다.

나는 당연히 스페인어를 못하므로 Mareike가 독일어로 통역해주기도 하고

Oscar가 영어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할머니 아버지가 중국에서 오셨단다. 와! 그렇게 오래 전에 과테말라에 오신거네!

그리고 보니 할머니 얼굴이 낯설지 않다. 할머니 아들, 할머니의 눈매에서 아시아인의 느낌이 났다 :-)










집에 돌아오는 길

수퍼에 들렀다.

















Oscar가 과테말라 과자라며 사준다.

매운 콘칩 맛. 이거 진짜 맛있다!!! :D






신부님과 대화를 하며 내려오는 길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Que significa ....?

못 알아들으면 무조건 이 질문을 했다.

그럼 몸짓 발짓(?) 손짓으로 설명해 주시던 신부님 :-)















우리 동네에 도착해 성당 옆 사제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역시 사제관은 한국이나 과테말라나 참 좋구나!

후드티와 낡은 모자를 쓰고 등산하실 땐 동네 아저씨 느낌(?)이었는데 (신부님 죄송합니다...)

식사하실 때는 신부님 느낌이 팍팍 나시던 두 신부님 :-)














할머니 댁에서 돌아오며 드는 생각.

지구 반대편 과테말라.

그리고 독일.

생김새와 하는 말은 달라도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구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니까.

그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



고도가 높다보니 날씨가 추웠다.

해가 날 때는 또 많이 더웠다. 땀을 많이 흘렸다.

온도차이가 참 많이 났다. 너무 덥도 너무 춥고.

등산잠바를 10번도 더 벗었다 입었다 하다보니

산행이 끝날 무렵에는 약간 열이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앓아누웠다 :-(


너무 무리를 했어... 

몸이 아직 과테말라에 제대로 적응도 못했는데

온 지 3일 째에 이렇게 빡쎈 등산을 해버렸으니.


덕분에 집에서 책도 읽고 이렇게 블로그도 쓰고

홈스테이 엄마께 담요 한 장을 더 받아 

4겹을 덥고 잠을 잔다


3일이 지난 오늘도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알이 베겨서 쑤신다.

그래도 운동하고 나서 생긴 Muskelkater라 뿌듯하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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