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

2023. 6. 5. 08:22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3년 6월 5일 월요일 아침 한국

 

나다운 삶은 무엇일까?

일상 속 기쁨 마주하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발견하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기, 쉬는 시간 갖기, 성장하는 기회 만들기, 무엇인가 처음 시작할 때 나에게 격려와 응원하기, 남을 이해하듯 나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듯 남들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기, 익숙해진 일상에서 새로움 발견하기.



 

2023년 2월 방학을 맞이하여 한국에 왔다. 한국에 머물며 일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선배의 소개로 한 기관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설명회에 갔고, 그 기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서를 작성하며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서류 합격 후에는 친구와 면접 연습을 했다. 친구는 자기소개 1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영어 면접도 연습했다. 운이 좋게도 합격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나는 잡지 만드는 일을 한다. 에디터팀과 영문 잡지를 기획한다. 좋은 주제가 있으면 메모해두었다가 매달 초에 열리는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낸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기사를 선정하여 영어로 번역한다. 잡지 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든다. 기사가 들어오면 잡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잡지 디자인을 한다. 디자인이 끝나면 에디터 팀에게 보내 감수를 받는다. 감수가 끝나면 잡지 PDF 파일을 인쇄소에 보낸다. 잡지를 보낼 주소를 인쇄하여 봉투에 붙인다. 900 여권의 잡지를 우체국으로 가져가 우리 동네와 옆 동네, 이웃 도시와 이웃 나라로 보낸다. 독일로도 보낸다. 

 

새로운 일이다. 나에게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첫 번째로 영어. 영어로 석사 과정을 들으며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덕분에 영어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에디터 팀과 회의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영문 기사를 읽으며 적절한 곳에 사진을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사회학. 한국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업무에서 나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기사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사회학에서 배운 사회,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 기사를 선별한다. 

 

세 번째는 독일 생활. 잡지 기자들은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에서  다녔던 어학원에는 전 세계 친구들이 있었다. 다양한 문화를 배웠다. 독일 대학 입학 후에는 독일인 뿐 아니라 이민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다. 이웃, 기숙사 친구들, 가게 주인 등 많은 이주민을 만났다. 그들의 고충을 들을 수도 있었다. 현재 내 업무인 영문 잡지에도 유학생과 이주민 기자들이 있다. 독일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이 기자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된다. 

 

새롭게 배우는 일도 있다. 책을 만드는 일.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내 책을 내고 싶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다. 매월 잡지를 만들다가 언젠가 내 책도 만들게 되겠지? 책이 아니라 잡지 형태로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도 있겠다.

 

나는 서툴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일하니까 내가 외국인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행정 서류 작성도 서툴고, 직장 문화도 새롭다. 담당 업무도 낯설다. 익숙한 부분도 많지만 잡지를 만드는 일은 완전히 새로운 업무다. 그래도 재미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인 책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책도 만들고, 친구들 책도 내주게 될 것이다. 친구들 책을 그들의 모국어으로 내줄 수도 있겠지. 

 

서툰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하기로 한다. 요즘 서툰 것 투성이라 한숨 나올 때가 많다. 그럴 때는 한숨 푹푹 쉬고 헛웃음도 짓는다. 그 다음 나를 격려한다. 잘 하고 있다고! 이 글도 나를 격려하려고 쓴 글이다. 무엇인가 처음 시작하여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잘 하고 있다고!!

 

 

일이 끝난 후에는 나만의 순례길을 걷는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본다. 새로운 곳 탐방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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