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이 많은 독일 사람들

2015. 4. 4. 23:15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독일은 겨울이 길다. 어둡고 춥고 비도 자주 온다.
그래서 사람들도 여름보다 조금 덜 웃고 덜 친절(zurückhaltend 내성적이 된다고 할까)한 것 같다.

*여름 독일인과 겨울 독일인은 조금 다르다. 독일 친구들도 인정하는 부분 :)


일단 독일 사람은 신중하고 진지하다. 


처음에 대학교 입학 허가증을 받고 이 도시에 왔을 때 뭔가 어려웠다.
어학원을 다녔던 도시에서는 친구들 사귀기 어렵지 않았는데 여기 오니 혼자 된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어학원의 외국인 친구들은 매일 4시간 씩 만나고, 서로 독일어를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친해지기 어렵지 않았다. 

이 도시에 와서 수업을 들으면 나 혼자 외국인... 다 독일인인데 나만 외국인. 

스스로 위축이 되어 할 말도 못하고, 독일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도 그들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고.
그때가 10월 말이었다. 춥고 어둡고..
그러다 11월 말부터 Weihnachtsmarkt(크리스마스 마켓)가 열렸고 "우리 Weihnachtsmarkt 같이 갈래?" 물어보며 친구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게 됐다.
그리고 Weihnachtsferien(2주 동안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그들이 내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3개월이 걸렸다 ^-^
귀여운 독일 사람들.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고 쑥스러움을 타는 이 사람들은 마음을 여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
입학하고 한 달이 흘러 생각보다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다고 느끼면서
"난 친구 하나도 못 사귀겠구나..." 슬퍼했다지.


시간은 오래걸리지만 독일 사람이 한 번 마음을 열면 깊은 친구가 된다.
어떻게 내게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먼저 와서 도와주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고.
자주 만나 요리하고 공부하고 놀러 가고 그냥 가족 같다 :)
그들의 첫인상과는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독일 유학생활이 단조롭고 재미없다고 한다.

그래도 독일만의 느리고 진지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진짜 많이 어색하고 외롭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일단 그들 속으로 들어가 말 잘 못 알아 들어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는 그들도 마음을 열게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한다.
독일에서 친구를 만들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다면 geduldig하게 기다려보길!
한 번 마음을 열면 정말 깊은 친구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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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4일. 글을 쓴지 딱 3년이 지났다.


검색어 유입이 '독일 사람 성격'이 종종 보인다.


오늘 독일 사람과 이야기하다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 써 본다.

대화한 사람은 나, 독일 사람, 독일에 온 지 한 달 된 나이지리아 학생이었다.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다.

독일 사람은 일과 관련하여 해외에서 살았던 경험이 많다. 


"독일 사람 성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 사람이 말하기를, 해외에 갔다 독일에 돌아오면 사람들이 너무 무뚝뚝해 보인단다.

지하철, 버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무표정이라며, 해외에서 살아보기 전에는 몰랐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익숙하고 안전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며.

남과 너무 거리를 두고, 새로운 것에 대해 겁이(두려워, afraid of 표현을 사용했다) 많다고.


무표정한 얼굴을 흉내내며 자기 나라 사람들을 디스(?)하는 투로 말했다.

독일 사람이 디스하는 독일 사람 성격이라니 ㅎㅎ


그렇다.

독일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학교에서 만났다거나 일을 하며 동료로 지내는 독일인들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 공적


친한 독일 친구의 친구나, 독일 친구의 가족을 만났을 때는 다르다.-> 사적

그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친구에게 마음을 활짝 연다.

예를 들어 나에게 좋은 독일 친구 A가 있다. A와 친한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게 마음을 활짝 연다.

독일 친구 A 부모님 댁에 초대받았다. A 부모님은 처음부터 내게 마음을 활짝 열었다.

이렇게 만난 독일 사람들은 '어쩜 저리도 상냥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항상 예외는 존재한다!

그리고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에 따라 어느 나라든 이상한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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