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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 있는 대상

통로- 2022. 3. 26. 17:16

 

2022년 3월 26일 토요일 아침 8시

베를린 내 방

 

 

 

58분부터 '인생에서 의미 있는 대상'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보다가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대상은 누구인지 떠올려보았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엄마와 아빠. 혹은 아빠와 엄마. 누가 더 나에게 의미 있는 대상인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을 갖으며 건강보험회사에 필요한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쉬는 시간을 가지니 생각이 정리되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내 삶의 의미 있는 대상을 떠올리기 전 부모님 삶의 의미 있는 대상을 떠올려보았다. 엄마의 의미 있는 대상은 내 외할아버지다. 아빠의 의미 있는 대상은 내 친할머니다. 부모님의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영향을 미친 분들이다. 

 

내 삶의 의미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두 분 다 나에게는 의미 있는 분들이다. 시기에 따라 누가 더 중요한지 달라지는 것 같다.

 

 

 

 

엄마

 

삶 전반기에는 엄마의 영향이 컸다. 엄마는 어린 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나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엄마 덕분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 공부, 운동, 미술,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를 접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나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엄마 말씀에 의하면 내가 공부 말고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단다. 공부보다 음악이 더 재미있다고 했단다. 그 후로 나는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악기를 배웠다. 

 

 

 

 

 

 

아빠 

 

삶 초중반기부터 아빠의 영향이 커졌다. 악기를 그만두고 독일에서 사회학 공부를 시작하며 아빠가 내게 더 의미 있는 대상이 되었다. 음악은 엄마 분야였다. 엄마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시다. 고등학교 선생님 하실 때 가르치는 과목 외에 음악 감상반을 담당하셨다. 사회학은 아빠와 더 가까운 전공이다. 아빠는 경제학을 전공하셨다. 내가 사회학을 공부하던 초반에 관심 있었던 국제개발협력에 대해서도 아빠는 이미 알고 계셨다. 내가 사회학과 전공수업에서 첫 소논문을 쓸 때 아빠도 함께 하셨다. 나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책을 바탕으로 베버의 이론에 대해 소논문을 썼다. 아빠는 내가 쓰는 소논문에 관심을 보이시며 베버의 책을 사서 읽으셨다. 내가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있어 한국에서 책을 주문했을 때도 아빠는 그 책을 다 읽어보시고 독일에 있는 나에게 보내셨다. 내가 교육사회학에 대해 논문과 소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어로 쓰인 전공책을 부탁드리니, 아빠는 그 책을 다 읽고 나에게 보내주셨다. 전공 책 외에도 아빠와 나는 산문 책도 함께 읽는다. 이해인, 한동일, 법정 스님, 삐에르 신부(단순한 기쁨),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인생 수업) 등. 아빠가 먼저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시니 나도 아빠가 읽으시는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아빠는 요즘 철학 책을 즐겨 읽으신다. 삶의 의미, 행복, 가치, 인생의 방향과 목적, 건강은 아빠와 나의 공통 관심사다. 

 

 

 

 

 

 

삶 중·후반기에는 누가 내 삶의 의미 있는 대상이 될까?

 

궁금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울 때 부모님 조언이 필요할 것이다. 갓난아기일 때는 아빠에게 많이 여쭤볼 것 같다. 아빠가 갓난아기였던 내 조카들을 키우셨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교육이 필요할 때는 엄마 조언을 얻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항상 지지해주는 방법은 아버지께 여쭈어보아야지. 이렇게 나의 가족을 만들어가며 내 배우자도 내 삶의 의미 있는 대상이 되면 좋겠다. 

 

 

2022년을 맞이하던 순간 부모님과 함께 멋지게 한상 차려두고 축하했다.

 

 

 

 

 

 

 

* 이어서 쓰고 싶은 주제 -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 삶의 어려움에도 의미가 있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인연, 실패와 성취, 시행착오. 그때에 내가 그에게 의미가 되었고 그가 나에게 의미가 되었다면 됐다. 현재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 전하기. 내가 독일에서 공부하며 겪는 어려움이 결국 나의 전공인 사회학에 도움되리라 생각한다. 교육 불평등을 받는 그룹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언어, 문화자본 등) 내가 직접 경험하는 거니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소제목을 미리 써두고 시작한다. 하지만 소제목에 대한 글을 모두 쓰지 못하고 글을 끝낼 때가 많다. 미래에 글을 쓸 나를 위해 오늘 떠올랐던 소제목과 메모를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