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Alltag/가족 Familie

일요일 아침 풍경

통로- 2021. 9. 19. 10:08

2021년 9월 19일 일요일 아침 우리집 거실

 

 

일요일 새벽 6시 눈이 떠졌다. 밖에서 보스락 보스락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버지가 옆 방에서 무엇인가 보스락 보스락 찾고 계셨다. 어두운 새벽빛이 비치는 방에서. 부지런한 아침형 부모님과 함께 사는 주말 아침 풍경이다. 새벽에 아버지는 잠 자는 딸을 배려하여 발걸음도 조용히 내딛으신다. 

 

나: 굿모닝!

 

아빠께 인사하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침 9시에 깼다. 밖이 조용하다. 거실에도 부엌에도 아무도 없다. 문이 열려있는 안방을 보니 그곳에도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아침 일찍 등산을 가신 모양이었다. 9시 15분이 되자 엄마가 들어오셨다. 10분 후 아빠도 오셨다. 부모님은 성당에 가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셨다. 나는 부엌에서 물 한잔을 마셨다. 옆을 지나가던 엄마가 물어보셨다.

 

엄마: 별로야?

나: 엄마 몸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네.

엄마: 괜찮아. 오늘은 옷을 고를 시간이 없어.

 

최근 몇 주 동안 엄마는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셨다. 매일 아침 등산 가고 저녁은 드시지 않았다. 목표하던 몸무게에 가까워졌다고 좋아하셨다. 평소에 입던 외출복을 입으니 옷이 헐렁했다. 눈사람 느낌의 옷이었다. 엄마의 몸을 살려주는 옷은 아니었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다. 예쁜 옷을 찾다가 성당에 늦을 수 있으니까. 나는 미사에 가는 부모님을 배웅해드렸다. 아빠는 내게 물으셨다.

 

아빠: 너는 안 가?

나: (웃으며) 아빠, 내가 아빠보다 기도는 더 열심히 해!

 

아버지는 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당에 가지 않느냐고 물어보셨다. 아침 내내 잠옷을 입고 있는 나를 보셨으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아빠는 항상 딸과 성당에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눈치셨다. 이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시는 듯하다.

 

지난주 수도원에서 나 혼자 2박 3일을 보냈다. 마지막 날 부모님과 함께하는 수지 에니어그램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혼자 할 수도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면 더 좋다고 해서 부모님께 여쭈어보았다. 부모님은 흔쾌히 함께하자고 하셨다. 수지 에니어그램을 하면서 부모님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아빠는 일요일에 성당 가는 것을 칼 같이 지키신다. 가끔 독일에 있는 나와 통화하면서도 '성당에 갔니?'라고 물어보신다. 수지 에니어그램을 하면서 보니 이것은 아버지의 성장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더라. 아버지는 구교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아버지가 천주교 4대 째다. 요즘과는 달리 아버지가 성장했던 시대에는 매우 엄격하게 신앙생활을 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집에서 기도하고 미사에는 절대 빠지면 안 되었다고.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됐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아버지는 일요일 미사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아버지의 성장 환경을 이해하고 나니, 나는 일요일에 미사에 가자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일요일 미사는 매끼 챙겨 먹는 식사처럼 당연한 일과였다. 

 

이렇게 부모님을 알아가게 되니 참 좋다. 한국에 잘 왔다. 

 

 

부모님이 매일 다니시는 뒷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