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Alltag/가족 Familie(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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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토리, 나물반찬
2021.07.26 우리집 오후 엄마는 요리를 잘 하신다. 엄마는 요즘 아빠가 좋아하시는 나물을 자주 만드신다. 문제는 손이 너무 크다는 것! 엄마는 고사리철에 등산 가시면 고사리를, 죽순철에는 죽순을 가득 따오신다. 몇 날 며칠을 같은 종류만 따오신다... 아빠와 나는 지난 몇 주 내내 죽순나물을 먹었다. 죽순들깨나물, 죽순들깨새우나물, 죽순오징어무침, 죽순이 들어간 고등어 찌개 등. 아빠는 엄마가 만든 나물을 매일 맛있게 드신다. 하지만 아빠가 나물을 드시는 속도는 엄마의 나물을 만드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아빠가 내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나물을 조금만 만들면 좋겠다고. “아빠~ 사람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없다잖아. 요리 솜씨 좋은 엄마가 양도 적당하게 나물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몰라..
2021.07.26 -
엄마, 이건 내가 아니야! - 우리집 웃음폭탄 이 작가님
2021년 7월 13일 저녁 우리집 우리집에는 사진작가가 사신다. 몇 년 전부터 사진 공부를 시작한 우리 엄마다.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 엄마는 우리집에서 '이 사진작가님'으로 불린다. 사진작가 딸로 사는 삶은 그리 고단하지 않다. 매우 웃기다. 어제 견진성사 받을 때 나는 성당에 내 개인 사진작가를 대동했다. 내가 대동한 것은 아니고 엄마가 큰 사진기를 가져와 마치 성당에서 고용된 사진작가처럼 사진을 찍으셨다. 단체사진 찍을 때도 엄마는 진짜 성당 사진작가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나와주세요!'라는 말을 들으셨다. 사진작가의 능력은 사진 편집에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엄마가 보정한 내 얼굴을 보면 의문이 든다. '우리 엄마는 내 얼굴이 맘에 안 드시나?' 사진 속 나는 내가 아니다. (여기서 웃음이 터진..
2021.07.14 -
아빠의 행복 - 우리 할아버지가 최고야!
2021년 7월 8일 목요일 오후 한국 우리집 아빠는 작은 것에 행복해하시는 분이다. 1년 전 어버이날 선물에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작은 딸의 질문에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다고 하셨다. 얇은 안경케이스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내가 사드리니 잘 쓴다고 매번 말하는 분이다. 얇은 안경 케이스는 단돈 800원이었다. 더 비싼 케이스가 없었다. 요즘 아빠의 기쁨은 손자가 학교에서 만들어 오는 예술 작품(?)이다. 우리 언니는 아들 둘을 낳았다. 언니는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바로 일을 나가야해서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을 봐주셨다. 지금도 일주일에 며칠은 엄마아빠가 언니집에 가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둘째 조카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 외향적인데다 예쁜 말을 잘 한다. 둘째 조카가 자란 환경(엄마, 아빠, 언니, 형부)에는..
2021.07.08 -
사랑하는 엄마
2021년 3월 14일 일요일 아침 베를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2년 전 이맘때 버스에서 사고가 났다. 당시 내 삶은 바쁘게 흘러가야 했다. 기한 내에 학사 논문을 제출해야 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꼬리뼈와 허리를 다쳤지만 큰 사고는 아니었다. 꼬리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타박상일 뿐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하지만 나는 학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책상에 10분만 앉아있어도 꼬리뼈와 허리가 아팠다.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인 나는 앉아있을 수 없자 실망했다. 앉아서 30분, 서서 30분 자세를 바꿔가며 공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이 빨리 피곤해졌다. 시간이 생겼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음은 해야할 일로 바빴지만 몸이..
2021.03.14 -
2021년 5월 8일 제출하는 어버이날 기념 문집
2021년 1월 28일 목요일 점심 베를린 어버이날 기념 문집 2021년 5월 8일에 제출할 글이 생겼다. 어버이날 기념 문집이다. 엄마 아빠께 카톡으로 종종 내가 쓴 글을 보내드린다. 부모님은 내 글을 읽을 때마다 기뻐하신다. 책을 만들 계획은 작년 이맘때 세웠다. 가족 여행을 준비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여행 중 웃을 일도 많았다. 그 이야기를 모아 부모님께 선물 드리기로 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어 3년 후 아빠 생신 때 선물 드리기로 하고 에버노트에 부모님 이야기를 모았다. 부모님과 통화를 끝내고 그 내용을 기록하기도 했고 문득문득 부모님과의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글을 썼다. 굳이 3년을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후 독립출판으로 완성된 책을 만드는 대신 매년 어..
2021.01.28 -
나의 엄마
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저녁 엄마는 새벽마다 사진기를 들고 출사를 나가신다. 아빠는 어두운 새벽 혼자 나가는 엄마가 걱정되어 매니저 역할(기사+짐꾼)을 하기로 하셨다. 엄마가 사진 찍는 동안 조금 심심하다는 아빠께 나는 부탁을 드렸다. 엄마가 사진 찍는 모습이 궁금하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이다. 아빠가 보내주신 사진을 올려본다. 엄마는 참으로 열정적이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본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했던 엄마는 우리를 키우면서 전업 주부가 되셨다. 엄마로서의 역할도 열정적으로 하셨다. 청소년기 때 나는 엄마의 열정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습이 엄마였다. 엄마는 우리를 다 키우고 난 지금도 열정적으로 사신다. 뒤늦게 시작한 사진을 취미로 하는가 싶었더니 이제는 학교도 다니신다. 뉴스에서..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