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로 살기 - 5.7 km

2019. 7. 14. 04:1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7월 13일 토요일

 

어제는 학교에 걸어갔다.

 

어마어마한 초행 길치(초행길에서 길을 잃는 게 일상)인 나는, 베를린에서 매번 지하철을 탄다.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으로 왔으면 내려서 다시 타고 가면 된다. 

 

어제는 날씨가 좋았다. 베를린에도 조금 익숙해졌으니 학교에 걸어가 보기로 했다. 다행히 무거운 책은 학교 사물함에 두고 왔다. 노트북과 책, 물통을 가방에 넣고 학교로 향했다.

 

 

 

 

 

지도에서 학교 가는 길도 확인했다. 가장 단순한 길로 정했다. 2.5km 직진을 하다가 딱 한 번 오른쪽으로 꺾어 5km를 걸으면 된다. 

 

 

 

 

 

 

 

 

 

이번 주는 WG(셰어하우스)에서 청소와 쓰레기 담당이라 쓰레기를 버리고 나가는 길목, 여행이 시작되었다.

 

 

 

 

 

 

 

 

 

 

30분을 걸으니 신촌 로터리와 비슷한 Ernster-Reuter-Platz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걷기만 하면 지루하니까 팟캐스트를 들었다. '실수'를 주제로 한 유쾌한 수다였다.

 

"나의 결정이 옳았을까?"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며칠 전 '조금 더 신중했어야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선택은 옳았다. 다른 사람은 내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100% 알 수 없다. 내가 100% 설명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고 결정했을 뿐이다. 

 

15년 후 내가 그 결정을 어떻게 생각할까 떠올려보았다. 15년 후의 나는 '잘했어. 너에게 최고의 선택이었어.'라고 말할 것 같았다.

 

(고민 내용은 아직 완결되지 않아 블로그에 쓰지 않았다. 몇 년 후에는 쓸 수 있을 것이다.)

 

 

 

 

 

'실수'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첫 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그와의 만남이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친구와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배웠다. 이별은 갑자기 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연인관계에서, 함께이지만 서로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나를 잃지 않는 법도.

 

덕분에 다음 연애에서는 나를 잃지 않았다. 나의 시간, 나의 친구, 나의 학업, 나의 가족을 먼저 챙기고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의 시간과 친구, 학업, 가족도 존중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을 때 몇 시간이고 대화를 했다. 나의 감정을 설명하며 나에 대해 많이 배웠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별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했으며 헤어질 때는 서로의 미래를 응원했다. 함께했던 동안 우리는 많이 성장했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 작은 나무가 되었다. 

 

 

 

 

 

 

 

 

 

 

 

 

팟케스트를 들으며 걷다 보니 베를린의 명물 Siegessäule가 보였다. 팟캐스트를 듣게 된 건 독일어 쉐도잉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정확한 발음으로 독일어를 말하고 싶어 쉐도잉을 시작했다. 일상 독일어(Alltagssprache)는 자주 들으니 따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 접한 독일어(주로 전공 용어나 시사용어 등 어려운 단어)는 잘못 발음할 때가 있었다. Endung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고 얼버무리며 넘어갈 때도 있었고.

 

독일어 쉐도잉을 한 달 넘게 하다보니 발음이 좋아진 것 같다. '말하기'에 관심도 생겼다. 생각해보니 난 말하는 걸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정확한 발음뿐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싶다. 취미를 발전시켜 Rethorik 수업을 듣거나 Sprechausbildung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발이 아파올 때즘 브란덴부르크 문이 보였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향하는 길에 만난 전쟁 관련 건축물. 학교 가는 길이 바쁘니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관광객으로 가득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며 나도 베를린에서 '여행자'로 살기로 다짐했다. 베를린에서 머무는 시간이 정해진 사람처럼 항상 호기심을 갖고 지내기로 했다.

 

 

 

해인글방, 풀꽃의 노래 - 떠나면서 머물고, 머물면서 떠나는

2019년 11월 23일 토요 주말농장 수확날 베를린 8분 34초 "만남과 이별이 맞물려 있듯이 우리의 삶이 안주하지 말고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떠나면서 머물고 머물면서 떠나는" (8분 51초) 풀꽃의..

domi7.tistory.com

 

 

 

 

 

 

학교에 도착했다. 딱 두 시간 걸었다. 

 

 

 

 

 

 

 

 

 

 

 

집에 오는 길 서점에 들렀다. 아직도 LP를 팔고 있더라! 마돈나 LP가 보인다.

 

 

 

 

 

 

지하에는 악기 용품과 악보가 있었다. 악보같이 생긴 손바닥만 한 오선지 공책도 있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꺅꺅 소리 지르며 사진을 찍었다. 1유로 밖에 안 해서 살까 했지만 한 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고 싶(지만 잘 안 되는)은 나니까! 

 

 

 

 

 

 

 

안쪽으로 들어가면 클래식 음반과 공연 실황 DVD가 있다. 

 

 

 

 

 

 

 

 

 

 

 

Checkpoint Charlie 체크포인트 찰리를 지나

 

 

 

 

 

 

 

 

 

 

독일어 쉐도잉을 하면서 말하기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책

 

지하철에서 전자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다가

 

 

 

 

 

 

 

 

 

 

 

내릴 역을 놓쳐버렸다. 오랜만이다. 베를린 생활 초반에는 역을 놓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지하철을 갈아탈 때 잘못된 방향을 타서 또 한 번 엉뚱한 역에서 내렸다. 집에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걸어가나 지하철 타나 2시간이 걸린 걸 보니 난 바보인가 보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