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유퀴즈), 우정

2021. 4. 18. 00:12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21년 4월 17일 토요일 오후

 

 

 

 

 

 

유퀴즈에 나태주 시인이 나왔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를 처음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어쩜 내 마음과 같은지!

 

 

 

 

 

 

 

 

어제 저녁 산책 나가 걸으며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를 들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첫사랑은 불 같은 사랑이었다. 그의 손만 잡아도 찌릿찌릿했다. 너무 설레고 너무 좋았다. 두 번째 사랑은 찌릿찌릿하지 않았다. 든든하고 따뜻했다. 내가 아주 아팠던 날 그의 손을 잡고 우리 집까지 걸어갔던 적이 있었다. 감기 몸살이었던지 나는 몸의 중심을 잡고 걷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우리는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며 우리 집에 도착했다. 그때 내 손을 꼭 잡아주던 그의 손이 기억난다. 두 사랑과 두 손을 떠올리니 미소가 나왔다. 산책하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사랑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사랑을 시작할 때 그렇다. 상대는 안 그랬던 것 같았지만 나는 사랑을 시작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나와 그의 사이에 여러 장애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용기있게 사랑을 선택했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이만큼 한 인간을 깊게 알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큰 기쁨이 될 수 있었을까?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풀꽃 시로 돌아와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풀꽃 같은 친구들이었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여러 번 지나친 풀꽃이었다. 같은 길을 가다가 '어? 여기 이런 꽃이 있었어?' 발견한 아이들이었다. 

 

 

 

 

 

 

 

 

 

 

 

 

어제 저녁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5년 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와 나눈 대화가 참 좋았다. 

 

나: 난 예전에 상대의 어두운 부분(Schatten)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 조금 겁이 났달까? 하지만 나도 최근 힘들었던 시간을 겪고 보니, 누구에게나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이제는 상대의 어두운 부분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친구: 너의 어두운 부분(Schatten)은 뭐야?

 

친구의 질문으로 난 나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과 최근 겪은 일까지. 우리는 어두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최근 일상이나 앞으로의 계획, 소소한 고민을 주로 나누었다. 나는 마음과 몸에 있었던 나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질문을 했다.

 

친구는 우리의 대화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말을 해주는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그때 동아리를 하길 잘하지 않았냐며, 덕분에 우리가 친구가 되지 않았냐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친구: 그럼 우리 6월 초에 다시 만날까? 그때 즈음이면 바쁜 일이 끝날 것 같아.

 

나: 그래, 6월 초에 만나자. 오늘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친구: 내가 매번 말하잖아. 나는 네 이야기 듣는 거 정말 좋아한다고! 나도 고마워. 내 이야기 들어줘서.

 

좋은 친구를 둔 것은 정말로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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