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비추는 빛줄기 같은 글 - 신민경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2021. 3. 16. 22:11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21년 3월 16일 화요일 오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책을 보다가 몇 번이나 울었다.

 

오늘 읽었던 소제목 글:

노란색 라이언 비닐 봉투 이야기

신께 드리는 당부 말씀

내 장례식에 못 올 가능성이 큰 당신에게

스물세 살에 피웠던 꽃

다음 생에 잘 하고 싶은 일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지난주 통계학 시험을 보고 한 번 울었다. 6개월 만의 눈물이었다.

 

이번 주에 두 번이나 울었다. 그녀의 책을 사기로 마음먹은 후이다. 새벽에 일어나 문득 그녀의 책이 떠올라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녀의 책 출판자가 쓴 글을 보고 울었다. 어두운 새벽, 침대에서 울었다. 

 

오늘 그녀의 책을 다시 펼쳤다. 그녀의 책이 유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내가 본 챕터 글이 너무 슬펐는지, 나는 이번에도 펑펑 울었다. 마지막에 큰 눈물이 터졌던 것은 이 문장을 보고 나서이다. 

 

 

 

다음 생에 잘하고 싶은 일

 

평범한 말기 암 환자라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 중 하나.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물 탐방 [...]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서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 그냥...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그녀에게 버킷리스트라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런 표현을 하면 그녀 기분이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5년 전 나는 순례길을 걸었고 1년 전 다시 그 길을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쉬고 있지만 나에게는 2,500km가 넘는 거리가 남아있다. 8년 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8년 후 도착 계획을 세운 이유는 나에게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걸을 수 있다. 오래 걸을 수 있다.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잊을 때가 많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흘리는 눈물은 평소에 흘리는 눈물과 다르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나는 6개월에 한 번씩 울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과 누군가에게 고마운 감정이 뒤섞여 대단히 서글프게 울었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는 눈물이... 표현이 참 어려운데  '맑은' 느낌이다. 응어리가 없다. 그녀가 책을 쓰며 의도한 바가 잘 이루어지나보다.

 

"첫 번째 글을 읽으며 이론으로 무장되었던 고드름 같던  마음이 두 번째 글을 만나 주르륵 녹아내렸다. 냉랭했던 마음에 온기가 돌았고, 나만 보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다.

후자 쪽 글을 쓰고 싶어졌다. [...]

고마워요. 당신의 글이 저의 하루를 바꿔 놓았어요. 나의 글도 당신 하루를 비추는 빛줄기 같은 것이기를 기대해도 될까요?'"

(전자책 123/173. 당신의 글은 누군가의 삶을 바꿀 힘이 있다)

 

그녀가 의도한 대로 그녀의 글은 나의 하루를 비추는 빛줄기 같다. 펑펑 울고 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료해진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는다. 일상의 작은 고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