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눈을 뜨고 샤워 하고 시간 맞춰 나왔다. 쉬운 아침은 아니었다.  


'버스는 탈 수 있겠다' 안심하며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는데 하늘이 너무 예쁘다. 

아니 하늘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난 눈도 다 안 떠지고 잠도 안 깼는데! 

이건 그냥 하늘색도 아니고 아이섀도우 하늘색이다, 반짝반짝한 펄이 들어간. 


내 자신을 다독여준다. '그래, 이제 일요일 아침 악기 박물관 가는 것도 얼마 안 남았네. 

오늘도 일어나서 준비하고 시간 맞춰 버스정류장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일단 여기까지 온 거면 된 거잖아!'  

그렇다, 일단 버스정류장까지 오면 반은 끝낸 거다. 시작이 반이니까.











버스다!!!!!! 저기 보이는 파란 버스가 일요일 아침마다 타는 22번 버스다. 

기사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학생증을 보여준 후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3년째 이 버스를 타고 일요일 아침마다 악기박물관에 일하러 가는데 항상 마주치는 얼굴이 있다. 

그중에 단발머리 할머니가 계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어제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가?





반짝반짝 펄이 들어간 하늘 배경에 성당 시계탑을 보니 '내가 유럽에 있었지!'  

평소에는 유럽이 있는 것도 잊는다. 


그저 학사 논문 쓰다 이것을 내가 과연 끝낼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된다. 

힘을 내서 열심히 하다가도 뭔가 잘 안 풀리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어릴 적 사진에서 보던 아름다운 유럽에 잊는 걸을 잊고 있다. 

그러다 날씨 좋은 날 유럽 건물을 보고 있으면 새삼 유럽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성당에 들어가 5-10분 정도 앉아있는다.  


이번 주를 잘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부터 이런 고민이 있는데 어떻게 잘 해결될까요? 저는 이런 부분을 노력해볼게요. 

오늘은 이렇게 보내 볼 계획이고요, 다음 주는 이런 계획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를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잠이 덜 깨서 눈이 잘 안 떠지긴 하지만요.  


짧은 기도를 마치고 악기박물관으로 향한다.

나이가 들며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본다. 조금 지혜로워진 것 같고 현명해진 것 같다.

점점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집중해서 공부, 동아리, 일 등)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그만큼 시간을 잘 쓰게 되었다.

가고 싶은 방향도 정해졌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예전보다 명확해졌다.

소중한 사람을 보는 눈도 생겼다. 모든 사람에게 신경 쓰며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나이 들어감은 때로는 서글프지만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 이 나이까지 왔다는 의미이니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박물관 앞 빵집에서 오늘 먹을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며 

"Machen Sie bitte Platz für Milch?" 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잘생긴 빵집 알바생이 미소지으며 "Platz für Milch?" 묻는다. 

"Ja :-)"






이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일요일은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자 한 주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더욱이 일요일에 일하고 짬짬이 논문을 쓰기 때문에 월요병 없이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다. 

다음 주에 쓸 현금도 뽑아놓았으니 마음도 든든하고.  


이 글을 보는 분도 즐거운 일주일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







  1. 2018.09.03 07:50

    비밀댓글입니다

    • 2018.09.08 23:2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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