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선물은 준비하는 즐거움 - 어버이날 컵 선물

2018. 5. 6. 20:47일상 Alltag/가족 Familie






2018년 5월 3일

역시 선물은 준비하는 기쁨이라고 했던가!

너무 예쁘다~


디자이너가 직접 쓴 손글씨!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선물이다.

오늘 컵이 구워지러 들어갔단다 :-)






2018년 5월 6일

배송 중이다. 곧 집에 도착하겠네!

성인이 되어 어버이날을 챙기지 않은 것이 오래되었다. 전화는 드렸지만.

지난번 엄마 생신이었나? 엄마가 "엄마 생일은 손자들만 챙기네~" 하시기도 했다. 좀 찔렸다 -_- 

그래서 어버이날에는 정성이 들어간 선물을 하기로 했다.


선물을 준비하면서 참 즐거웠다.


컵에 어떤 문구를 쓸 것인가 고민하고 4월 30일에 텐바이텐에서 주문했다.

나는 독일에 있으니 주문자 연락처에 엄마 핸드폰 번호를 썼다. 

그런데 글쎄 (컵 문구 관련) 문의 문자가 엄마번호로 가버린 것이다!!

앗, 이거 어버이날 선물인데 엄마가 눈치채면 어떡하지? (엄마는 문자 보시고 눈치 다 챘음 ㅎㅎ)


네임컵 페이스북으로 문의를 하니까 바로 답장이 왔다.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친절하게 상담해주셨다.

그리고 며칠 후 시안을 보내주셨다.




진짜 예쁘다! 


몇 년 동안 부모님께서 주중에 조카(언니의 아들 둘)들을 봐주셨다. 

그때 엄마는 가족 카톡 그룹에 조카들 근황을 사진과 비디오로 찍어 실시간으로 보내셨다.

조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하는 언니와 형부를 위해서.


지금은 조카 사진 외에도 여행, 풍경, 산사, 나무, 꽃, 등반, 바다 등 모든 사진을 찍으신다.

부모님이 절에 놀러 가셨다 엄마가 세 시간 동안 사진만 찍으셨다던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가 해주신 이야기.







스페인 순례자길에서도 열정적으로 사진 찍으셨던 엄마는 꽤 유명인이었다.

순례자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과는 따로 걷는 거야?"

"응 나는 신발이 불편해서 천천히 걷고 있어. 아빠는 앞에서 걸으시고 엄마는 사진 찍으면서 가시고."

"아, 나 너희 엄마 본 것 같아! 사진 찍는 사람을 봤거든."


중년의 아시아 여성이 이렇게나 정성을 다해 사진을 찍었으니.... 

내가 만났던 순례자길 사람들 모두 엄마를 알았다 ㅎㅎㅎ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으셨으면!! 

엄마는 그렇게 스페인 순례자길의 유명인이 되셨다.

















순례자길 마지막 날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 대성당 앞. 누군가 엄마께 성당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엄마(오른쪽 아래)는 대성당이 다 나와야 한다며 저렇게 바닥에서 사진을 찍어주신다.

엄마의 열정이 이 정도다!


* 사실 엄마는 이때 허리 아프다고 배낭도 못 들고 가실 때였음. 

아빠랑 나는 엄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엄마는 이렇게 사진을... -_-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엄마는 정말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으신다.

엄마는 언니를 임신했을 때 일을 그만두고 오랫동안 가정주부로 지내셨다. 

우리 셋(언니, 나, 남동생) 키운 열정을 이제 사진에 쏟아붓고 계신다.

사진 수업도 받고 그룹 전시회도 하시면서. 이제는 엄마사진작가로 불러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엄마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한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는 아주 가끔 부모님과 연락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부모님도 뭐 연락 없다고 걱정하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과테말라에 다녀오고 나서였나? 그때부터 정기적으로 부모님께 전화하기로 했다.


첫 번째 이유: 부모님께서 주중에 조카들 보시느라 너무 바빠 통화할 시간이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조카가 울거나 화장실에 간다거나해서 바로 끊어야 했다. 나도 방학에 한국 가서 애들을 잠깐 돌본 적이 있는데, 아이 둘을 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다. 과테말라에서 베드버그와 치질 때문에 병원에 가기 전 엄마와 통화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끊어야 했다. 조카들이 감기 걸려 병원에 가야 해서. 그래서 갑자기 전화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정해 전화해서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중요한 내용이 있으면 말씀드리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 독일에 살면서 드는 생각이, '만약 가족이 아프거나 사고가 났을 때 내가 바로 갈 수 없으면 어떡하나?' 부모님을 자주 뵈어야 일년에 두 번인데 종종 연락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이유: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이 좋다 :-) 특히 아빠는 나의 소소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주시기 때문에~! 그렇다고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신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없을 뿐. 엄마는 새벽에는 사진 찍으러, 저녁에는 사진 수업 가느라 늘 바쁘시다. 전화가 좀 길어지면 "중요한 얘기야? 엄마 지금 사진 찍으러 나가야하는데" 그래서 엄마께는 짧게 결과 위주(이렇게 진행되어 이렇게 되었다)로 말씀드린다. 아빠께는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고민 상담도 한다. 특히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조언(룸메이트, 아르바이트 상사와의 관계 등)을 구한다.


일요일마다 아빠께 전화드린 것이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엄마도 옆에 계시면 스피커폰으로 내 이야기를 함께 들으신다.


그래서 컵에 이렇게 썼다, 아빠 전화는 일주일의 비타민!





이제 곧 컵이 도착한다. 부모님 선물인데 내가 더 설렌다. 두근두근!








2018년 5월 8일 어버이날, 선물이 도착했다!




5월 8일에 딱 맞춰 컵이 도착했다 :-D












엄마가 보내주신 사진.

사진 편집하시며 내가 선물한 컵에 커피 마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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